문 대통령 "수사·기소권 분리, 나아가야할 방향"
문 대통령 "수사·기소권 분리, 나아가야할 방향"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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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검사 묵묵한 노력에도 신뢰 안 나아져"
박범계 "검찰권 행사 객관성 증대시킬 것"… '전면전' 양상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바뀐 형사 사법 구조로 인해 국민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동시에 새로운 형사 사법 절차 시행으로 국가 범죄 대응 역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8일 법무부·행정안전부의 '권력기관 개혁' 업무보고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또 '각 기관이 조직의 본분을 지키면서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반기를 든 검찰을 향한 경고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실제 이 자리에서 "대다수 검사의 묵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재차 내세웠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말한 '바뀐 형사 사법 구조'는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를, '새로운 형사 사법 절차'는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을 뜻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사의표명 당시 중수청을 두고 "경제·사회 제반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이런 부정·부패 대응이라고 하는 것은 적법 절차와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법치국가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가 돼야만 가능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덧붙여 "지금 진행 중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어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것"이라며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회의 석상에서 "국가 범죄 대응 역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법무부에 강조한 것은 윤 전 총장의 이같은 발언을 의식한 것이란 게 일각의 관측이다. 윤 전 총장 주장이 '틀렸다'고 반격하는 동시에, 검찰의 1차적 수사권을 폐지해도 정부는 윤 전 총장이 우려한 부작용을 감내할 능력이 있단 걸 내세운 것이다.

실제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마련하고, 검찰 내·외부 통제·감찰 제도를 정비해 검찰권 행사의 객관성을 증대시키겠다"는 구상을 피력했다. 동시에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경찰을 책임수사체계로 전환하고, 수사 완결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걸었다. 사실상 경찰 수사권을 강화하겠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추후 검찰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공산이 크다. 검찰은 윤 전 총장 사직으로 수장 자리가 공백이지만 여전히 내부 결속이 단단하고, 여권의 압박에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