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벼랑 끝 말산업 방관하는 농식품부
[기자수첩] 벼랑 끝 말산업 방관하는 농식품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3.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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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묶여있다. 말(馬)산업 관계자들은 그간 다양한 논의와 토론 등을 거친 법안이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길 기대했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대하면서 결국 불발됐다.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상황과 사행성 산업이라는 우려, 안전장치 미확보 등을 이유로 온라인 마권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농식품부의 이러한 시각은 다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우선 말산업은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경마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말산업의 지난해 피해액은 업계 추정 무려 7조6000억원에 이른다. 전국의 승마장을 비롯해 말 생산농가와 마주, 마필관리사, 기수 등은 물론, 유통업자·음식점을 포함한 후방산업 등 직·간접 종사자만 5만여명 이상이다. 

특히, 말 농가들은 2년 이상 키워온 말이 팔리지 않아 직격탄을 맞았다. 투자비 회수는커녕, 인건비·사료비 등 비용만 계속 나가고 있다. 적자경영으로 생존마저 버겁다. 농식품부의 주 임무는 농가 경영안정이다. 코로나19 경제 상황을 핑계대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마를 사행성 산업으로만 치부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오히려 온라인 마권 발매는 불법경마 폐해를 차단하면서, 경마 건전성을 강화하는 정책적인 효용성을 갖고 있다는 게 경마 선진국들의 논리다. 

일례로, 프랑스는 2009년까지 불법 경마시장 규모가 합법시장보다 3배 이상 컸지만, 온라인 마권 발매로 2009년과 비교해 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불법경마 총매출은 6조9000억원에 달한다. 마사회의 지난해 불법 베팅 사이트 단속건수는 7505건으로, 전년보다 39%나 늘었다. 코로나19로 경마장 셧다운이 장기화되자, 해외 경마에 베팅하는 불법사이트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마를 사행성 산업으로 치부한 농식품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러한 풍선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마권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단 얘기도 한다. 온라인 마권 도입 관련 법안들이 이번 국회에 발의된 지 반년이 훌쩍 넘었다. 안전장치 확보에 대해선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실명제 적용과 회원가입 시 현장대면을 통한 청소년 접근 방지 등 여러 대안이 나왔다. 

주무부처라면, 관련 대안에 대해 말 산업 관계자들과 함께 실효성 여부 등 여러 각도에서 용역연구를 진행하면서 행동을 보여주는 게 도리다. 하지만, 여기선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방관할 뿐이다.

말 산업은 죽어 가는데, 농식품부의 방관자적인 모습이 안타깝다. 경마를 도박으로만 매도하려는 편협한 자세를 하루빨리 버리길 바랄 뿐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