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다렸단듯 윤석열 힐난… "야당발 기획 사퇴"
與, 기다렸단듯 윤석열 힐난… "야당발 기획 사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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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최악의 정치검사, 정치적 계산, 정치쇼, 못된 것만 배워"
국민의힘 "정권의 개들이 윤석열 욕"… 정세균엔 "방역에 힘쓰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에 정치권 사방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침묵하던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 힐난을 쏟기 시작했고, 야권은 정권 내홍을 풍자하고 나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에선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구두 논평을 통해 "무책임한 정치 선언을 하면서 사퇴한 윤 총장에 이어 혹시라도 일부 검찰에서 사퇴가 이어진다면 최악의 정치검찰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무책임한 사퇴로 검찰의 위상은 더 훼손됐다"며 "오히려 검찰개혁이 더 필요하다는 근거를 강화해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허영 대변인 역시 "'국민의 신뢰 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가 돼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는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며"얻은 것은 정치 검찰의 운명이오, 잃은 것은 국민의 검찰이라는 가치"라고 비꼬았다.

이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동정과 정의로 포장해왔다"며 "검찰이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윤석열 죽이기로 포장하며 정치 검찰의 능력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제 정치인 윤석열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오로지 윤석열 자신의 몫"이라고 훈수했다.

같은 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소송까지 불사할 때는 언제고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며 "피해자 코스프레(행세)를 하며 이슈(현안)를 집중시켜 보궐선거를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 기획 사퇴'를 의심케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노 최고위원은 또 "끝까지 검찰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개혁을 방해하다가 사퇴마저 정치적 쇼(행사)로 기획해 '정치 검찰의 끝판왕'으로 남았다"며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차기 민주당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도 "대통령이 끝까지 지켜주려고 했던 임기마저 정치 이벤트를 위해 내동댕이 쳤다"고 비판했고, 김경협 의원은 "정치를 할 수 없는 현직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며 "그런데 '지역주의'와 '말 바꾸기' 등 정치의 못된 것부터 배웠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대구에 가서 '나를 품어준 고향'이라며 지역 감정부터 조장하는 모습을 보면, 호남에 가서는 '어머니의 고향', 부산에 가서는 '아들의 고향'이라며 표를 호소하던 어느 구태 정치인이 떠오른다"며 "경거망동, 오만방자 그 자체"라고 비꼬았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도 "정치 행위를 일삼던 공무원의 사직, 유체이탈로 일관한 정치검사의 퇴장, 무모한 야심의 정치인 출현"이라고 자평했다.

여당은 물론 행정부를 이끌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오후 정례 회견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예상하진 않았지만, 검찰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사의를 표명하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사의를 표명하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당은 여권의 행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부장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 사퇴와 관련해 여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정권의 개들은 윤 총장의 사직을 정치 행보라고 욕하고 있다"며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다 사그라지는 것이 정치 행보인가"라고 질책했다.

이어 "만약 그렇다면 사육신도 정치 행보를 한 것"이라며 "윤석열 검사가 사라져도 수천명의 검사와 판사가 남아 있다. 소중한 직분을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위해 불꽃처럼 태우시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윤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우고, 절차·원칙을 위배하면서 징계를 때렸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찍어내기에 실패하자 스스로 나가게 만들기로 했는데, 바로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드는 것"이라고 부각했다.

덧붙여 "중수청이 만들어지면 검찰은 중국의 인민검찰원이 되는 것인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검찰총장은 있을 수 없다"며 "그래서 중수청은 검찰총장이 스스로 직을 던지게 만드는 흉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윤 총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선 "지금이 아니면 직을 걸 시간이 없다"며 "보궐선거 이후에 (여당은) 중수청을 강행할 것이 뻔하다. 그때쯤이면 이미 새 검찰총장이 내정된 상태이고, 윤 총장은 직을 걸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관측했다. 지금이 아니면 헌법정신·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게 김 의원 의견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공직자가 아닌 정치인 같다"고 비판한 정세균 국무총리를 겨냥해 "총리직을 대선에 이용한 사람이 자신인데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대한민국 공무원은 소신을 말하려면 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정 총리의) 발상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주어진 직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정 총리가 아닌가, 먹방 토크쇼(먹는 방송) 하면서 정세균 팬클럽(지지단체) 띄우는 사람이 누군가"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를 향해 "정치 발언은 그만두고 코로나 극복에 힘쓰길 바란다"고 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윤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 "어떤 식으로 헌정질서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할지, 만나는 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윤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선 "본인의 뜻과 상황에 달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의원 역시 윤 총장 사의에 대해 "본격적인 정치선언이라고 봐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에 각을 에웠고, 문재인 정부에서 핍박받았다. 범야권으로 올 것"이라고 야권 인사임을 강조했다. 다만 향후 행보에 대해선 "일단 무소속으로, 제3지대에서 활동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 역시 "정치선언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사퇴의 변에서 나왔듯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국민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이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이 반문·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 수호 가치를 기치로 해 다 모여야 한다"고 연대를 거론했다.

하태경 의원은 "총장직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치 수호를 위해 윤석열과 함께 싸우겠다"고 전했다.

반면 권영세 의원은 "(윤 총장 사퇴에) 지나치게 (정치적) 뜻을 부여하는 것은 이르다"며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총수로서 지켜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도한 해석은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윤 총장 사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총장의 사퇴에도 이 정권이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제 온 국민이 나서서 불의와 싸울 때가 왔다"며 "4월 7일 보궐선거의 야권 승리는 국민 행동의 기폭제가 될 것이고, 모아진 국민 역량은 정권 교체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부각하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