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반대’ 윤석열 전격 사의… “헌법정신·법치 시스템 파괴”
‘중수청 반대’ 윤석열 전격 사의… “헌법정신·법치 시스템 파괴”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03.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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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상식 붕괴 더는 못 봐"… 정계 진출 관련 언급은 없어
사퇴 입장 밝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사퇴 입장 밝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여권이 입법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반대 입장을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윤 총장은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6대 중대범죄의 수사권을 분리하려 중수청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 경우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게 돼 사실상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된다.

이에 윤 총장은 지난 2일 중수청 설치에 대해 “법치를 말살하고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다. 70여년 형사사법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다”며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직을 걸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3일에는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지금 진행 중인 중수청 설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또 한 번 맹비난했다.

대구고검에서 돌아온 윤 총장은 이후 휴가를 내고 거취를 고민했으며 결국 이날 오후 사의를 결단했다. 휴가를 낸 이날 오전 직접 입장문을 준비해 오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중수청에 반대한 입장을 거듭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일각에서는 향후 그가 정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윤 총장이 사의 표명 입장 발표에서 정계 진출과 관련한 명시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전날 대구고검 방문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은 것을 볼 때 정치 행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윤 총장의 퇴임은 오는 7월24일이었다. 임기 4개월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뒤 22명의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윤 총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이 됐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