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여론 전면전' 기세… 與, 절제 속 간접 비판
윤석열 '여론 전면전' 기세… 與, 절제 속 간접 비판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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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아집·소영웅주의… 尹, 소신 밝히려면 직 내려놔야"
이낙연 "특별히 할 말 없다" 회피… 박범계는 '달래기' 모드
국민의힘은 '싸움 붙이기'… "윤석열, 말 안 하면 직무유기"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 출범 일등공신 윤석열 검찰총장이 눈엣가시로 전락했다. 여권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검찰과의 갈등이 불거질까 염려하면서도 우회적 비판에 나서고 있고, 보수 야권은 내홍 임계점이 왔다고 보고 이를 관망하고 있다.

먼저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총장을 향해 "자중해야 한다"며 "검찰만 대한민국 정의를 수호할 수 있다는 아집과 소영웅주의로는 국민이 요청하는 검찰개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훈수했다.

그러면서 "왜 제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며 "국민을 선동하는 윤 총장의 발언과 행태에 대해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어 "행정부 공직자는 계통과 절차를 따를 책무가 있다"며 "정말 자신의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이 상황을 엄중하게 주시할 것"이라며 "그리고 총리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고 경고했다. 윤 총장을 경질할 수도 있단 말로 읽힌다.

윤 총장은 앞서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하고 있는 것과 검찰 수사권 박탈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을 강력 비판했다. 윤 총장은 당시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고,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백 번이라도 걸겠다"고 피력한 바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 선호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며 "임명직 공무원으로서의 기준에 따라 행동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없는 죄를 만들고 있는 죄를 덮는 과거의 검찰이 아니라,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대로 기능하는 검찰로 거듭나는 것이 검찰개혁의 과제"라며 "(검찰개혁 추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재보선을 책임질 여당 지도부 역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정면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재보선을 한 달여 앞두고 야권이 이번 문제를 쟁점화할 우려가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 발언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검찰개혁 관련 의견이라면 법무부를 통해서도 제시할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질책하고 나섰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도 중수청·공소청 설치 관련 법안 속도조절을 예고하는 등 신중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검찰개혁은 확고하게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당초 3월 초로 내세웠던 중수청 설치법 발의가 미뤄질 수 있단 점을 언급했다. 일각에선 4·7 재보선 뒤로 미룰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여당 국회의원 시절 윤 총장에 맹공을 쏟았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달래기에 나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윤 총장에 대해 "조금 부드럽게 말씀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며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좋은데, 이렇게 언론과 대화하니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고 소회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도 윤 총장이 중수청의 대안으로 수사·기소권을 가진 '반부패수사청' 등을 제안한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 중 하나"라면서도 "아주 참고할 만하다"고 추켜세웠다.

보수 야권은 이번 일을 방관하면서 여권과 윤 총장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상 부여한 검찰의 수사 권능을 뺏는 법을 만드는 것에 대해선 조직 수장은 물론 일반 국민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권력이 중수청을 만들겠다고 도발하는데 이를 (윤 총장이) 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부각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정 총리가 윤 총장을 향해 '정치인 같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윤 총장의 발언은) 전혀 정치적인 행보가 아니다"라며 "정 총리는 무엇 때문에 되지도 않는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덧붙여 "국민은 이 정권이 무슨 잘못을 그렇게 많이 저질렀기에 검찰을 두려워하고 송두리째 없애려는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수청에 대해선 "이 정권이 참 가지가지 한다"며 "대한민국의 수사 체계를 완전히 파괴하려고 작심한 것 같다"고 질타했다.

또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날 윤 총장의 반발에 대해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한 것을 거론하면서 "180석의 민주당이 절차도 지키지 않고 법안을 밀어붙이는데 '조용히 따르라'는 것은 (야당에)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고, 민주당에 '돌격 앞으로' 명령을 내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