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된 추미애… 검찰개혁→코끼리 비유해 간접 비판
'소설가' 된 추미애… 검찰개혁→코끼리 비유해 간접 비판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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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관련 윤석열 '직 걸겠다' 말에 여야 설전
靑 "국회 존중해 절차따라 차분히 의견 개진해야"
추미애, 코끼리 의인화하고 檢·野 우회적 비판
국민의힘 "장수 못 갈아치우니 군대 재편성하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여당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막겠다'는 취지로 말하자 여권과 보수 야권의 입장 차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국회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두루 종합해서 입법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 총장은 앞서 한 언론과의 대화에서 중수청 신설과 관련해 "이것(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며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총장은 "보통 시민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어떤 일을 맡든 늘 직을 걸고 해왔지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백 번이라도 걸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이를 두고 코끼리를 의인화한 글을 통해 검찰개혁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코끼리'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커다란 검은 점을 지닌 코끼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진짜 코끼리가 검다. 뭐? 거짓말 마, 코리끼는 희다"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검다니까! 내 직을 걸고 장담하는데 힘 센 코끼린 검어야 해. 사람끼리 언쟁이 붙었다"며 "큰 귀를 너울거리며 코끼리는 뚜벅뚜벅 앞만 보고 지나갔다"고 썼다.

이어 "그러자 귓등으로 들리는 소리, 코끼리가 너무 빠르다. 이상한 놈인가봐"라며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67년 동안 서커스단을 따라 해외문물을 다 봐 온 코끼린 다른 나라에선 듣도 보도 못한 소란을 뒤로하고 코끼리 걸음으로 그대로 묵묵히 지나갔다"고 전했다.

추 전 장관이 쓴 글에서 코끼리는 검찰 수사·기소권 등을 분리한 검찰개혁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이 어떤 평가를 하든 묵묵히 검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추 전 장관은 이날 게시글에 '67년'을 언급했는데, 지난달 24일 SNS에서도 "어느 나라에서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심지어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지는 않다"며 "국회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추 전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엄상섭 법전편찬위원회 위원은 우리나라도 '장래에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함을 강조했었다"며 "그 조만간이 어언 67년이 지나버렸다"고 설명했다.

보수 야권은 윤 총장 발언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중수청 설치는) 헌법상 삼권분립 파괴일 뿐 아니라 완전한 독재국가, 완전한 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기구를 만들겠단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을 쫓아내려 안간힘을 쓰다가 역부족이니 검찰을 폐지하고 중수청을 만들어서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몽땅 모아서 수사의 칼날을 쥐여주려 하는 것"이라며 "자기편은 봐주고 상대편은 엄하게 처벌하는 법치주의 파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정권과 검찰과의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조짐"이라며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을 국회의 거수기들을 이용해 갈아엎으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배 대변인은 "이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려는 정의의 칼날을 막으려 칼을 쥔 장수를 갈아치우려다 안 되니 군대를 재편성하려 하고, 그것도 안 되니 결국 군대를 폐지하고 다른 군대를 세우려는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횡포"라고 질타했다.

판사 출신 김기현 의원은 "세계 보편적 추세를 역행해 검찰을 사실상 해체시키려는 저의가 무엇인지는 뻔하다"며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와 이에 빌붙은 권력자들은 퇴임 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 핵심 인사인 정진석 의원도 "윤 총장의 비판이 처절하게 들리는 것은 그만큼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며 반칙과 불법을 일삼기 때문"이라며 "이런 입법권 폭주는 독재 시절에도 없었다.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 같은 법치 파괴 행위에 대해 더는 침묵해선 안 된다"고 부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경우 "윤 총장이 국민에게 절실한 호소를 보내왔다. 외면해선 안될 절박한 외침"이라며 "이번 재보궐 선거가 문재인 정권의 위험한 질주를 막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SNS에 "검찰 수사권 폐지로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지면 부패가 창궐할 거라는 윤 검찰총장의 호소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글을 올렸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