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 연임 가능성↑…사모펀드 사태 후 조직 다잡기 성과
권광석 우리은행장 연임 가능성↑…사모펀드 사태 후 조직 다잡기 성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2.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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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영으로 내부 안정화 이뤄내…노조 평가도 긍정적
펀드 배상·코로나19 충당금으로 악화한 실적 개선은 숙제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 후 현장 경영과 조직 다잡기로 내부 안정화를 이뤄낸 리더십을 높이 평가받는 상황에서 특별한 대항마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사모펀드 관련 배상과 코로나19 충당금으로 악화한 실적을 개선하는 것은 숙제로 거론된다.

25일 금융권에서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내달 만료됨에 따라 우리은행 이사회가 내달 초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상장회사는 주주총회 한 달 전 자추위를 열어 후보자를 선정하면,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행장이 선임된다. 다만 우리은행은 상장사가 아닌 만큼 자추위가 열리는 시기는 가변적이다. 신한은행은 진옥동 행장 연임을 결정하기 2주 전부터 임추위를 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추위 시점은 내부적으로도 알 수 없다"며 "상장사의 경우 통상적으로 한달 전 쯤 임추위를 열지만, 우리은행은 비상장사다보니 주총 전에만 자추위를 열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현 은행장인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권 행장 외에 이렇다 할 대항마가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다.

1988년에 상업은행에 입행한 권 행장은 2013년 우리금융지주 경영지원 본부장과 2016년 우리은행 대외협력단 상무 등을 거치며 30년간 '우리은행맨'으로 활동했다.

권 행장은 작년 취임 후 직접 현장을 방문해 영업 상태를 점검하는 등 사모펀드 사태로 어수선했던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고 성과도 있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는 100% 배상이 완료됐고, 플루토와 테티스 등 국내 투자 펀드에 대해서도 86% 선지급이 이뤄진 상태다. 

올해 1월부터는' VG(같이그룹·Value Group)' 제도를 도입해 대면 채널 혁신도 이뤄내고 있다. VG제도는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인근 영업점을 하나로 묶는 제도다. 공동영업 및 영업 노하우 공유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을 공동으로 관리해 개선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지난해 우리금융의 실적이 부진한 탓에 농협금융에게 업계 4위 자리를 내주게 된 점은 우리금융 핵심 계열사 대표인 권 행장에게도 부담 요소다. 우리금융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1조3070억원으로 지난 2019년 1조8720억원 대비 30% 넘게 줄어든 반면, 농협금융은 1조7796억원에서 1조7359억원으로 2.4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은행 실적만 보더라도 우리은행의 작년 실적은 1조3630억원을 기록한 반면, 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1조3707억원을 기록하면서 간발의 차로 등수가 역전됐다.

사모펀드 및 코로나19 관련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과 함께 증권사 등 비은행 핵심 계열사가 부재한 것이 이번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 실적 전망이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권 행장이 한 번 더 기회를 잡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은 작년 4분기 대규모 명예퇴직과 라임 관련 배상 비용, 코로나 충당금 등 비경상적 요인이 많이 발생했다"며 "다만 우리은행이 최근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진을 관리하고 있고, 작년 인수한 아주캐피탈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금융 이익에 반영되며 전체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노동조합에서 특별한 잡음이 나오지 않는 상황도 권 행장의 연임에 힘을 싣는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과점주주 구조여서 각자 목소리가 명확한 편이지만 현재로서는 이사회에서도 딱히 별 말이 없고, 외부나 내부에서도 대항마 격으로 나선 인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독후보로 가는 분위기"라며 "권 행장의 임기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를 한 번 더 줘보자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권 행장이 연임하더라도 노사 간 잡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은행을 이끄는 수장으로써 실적 향상과 고객 확보 방안 등 비전을 좀 더 강화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