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기대했던 CG효과 실망
영화 해운대,기대했던 CG효과 실망
  • 신아일보
  • 승인 2009.07.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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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는 신라 말기의 학자 최치원이 지었다.

자신의 자(字)인 해운(海雲)에서 따왔다.

최치원이 난세를 비관해 해인사로 향하던 중 이곳의 절경에 감탄해 동백섬 암반 위에 자신의 호를 새긴 것이다.

영화 ‘해운대’(제작 JK필름, CJ엔터테이먼트)는 이곳에 재난을 새겼다.

절경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자 여름이면 100만 인파가 몰려드는 2009년 여름,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친다고 설정했다.

영화에서 ‘김희미’(강예원)는 ‘최형식’(이민기)에게 “당신은 오후 3시 같은 남자”라고 말한다.

이른 시간일 수도 늦은 시간일 수도 있는 오후 3시의 어정쩡함을 최형식 성격에 빗댔다.

최형식은 다소 어설퍼 보이지만 귀여운 캐릭터다.

김희미의 말을 빌리자면 ‘해운대’는 오후 3시 같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서막을 열었다고도, 서막을 열지 못했다고도 말하기가 어정쩡하다.

‘해운대’는 한국 영화계가 꿈꿔왔던 리얼한 컴퓨터그래픽(CG)을 실현시켜줄 영화로 한 몸에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CG는 놀랍지 않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투머로우’, ‘퍼펙트 스톰’에 참여했던 한스 울릭이 맡았지만 이미 우주전쟁과 로봇군단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힘이 부친다.

대형 컨테이너선이 광안대교에 90도로 세워진 채 기대있는 장면과 컨테이너선에서 컨테이너들이 광안대교에 떨어질 때 느껴지는 긴장감 등 몇 장면의 CG는 그래도 볼만하다.

그것뿐이다.

‘해운대’는 CG에 대한 인식을 조금만 달리하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CG가 영화 앞에 내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 복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CG를 이용해 재현한 거대 재난의 상황은 한국적 상황이 녹아들어가면서 공감할 수 있는 뭉클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쓰나미가 닥친 해운대는 현 한국의 축소판이다.

대형 쇼핑몰 건립을 둘러싼 상인들의 갈등, 취업 못한 아들의 면접을 위해 야유회 대신 구두를 사러가는 어머니의 심정, 이혼한 부부의 아픔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 담겼다.

그런 상황들이 때때로는 너무 신파적으로 흐른다.

윤제균(40) 감독의 그전 영화인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에서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다.

감정이 과잉 되는 몇몇 장면은 분명 뭉클한 순간이지만,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좋다.

부산 사투리도 어색하지 않고 입에 착 붙는다.

설경구(41)는 기존 연기의 무거움을 덜었다.

가슴에 아픔을 간직했지만 서글서글하고 귀여운 캐릭터의 옷을 능숙하게 입었다.

하지원(31)은 극에 잘 녹아들어갔다.

화려한 미모는 잠시 제쳐둔 채 횟집 주인으로서의 몫을 다했다.

엄정화(38)와 박중훈(43)도 제 몫을 다했다.

윤 감독의 전작 ‘1번가의 기적’에도 출연했던 강예원(26)은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해운대’는 마음을 얼마나 여느냐에 따라 보는 재미가 달라진다.

재미와 감동 또는 시시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즉, 오후 3시 같다.

당신은 오후 3시에 어떤 마음이 드는가. 최형식이 김희미에게 선물로 준 시계는 오후 3시로 알람이 맞춰져있다.

‘해운대’는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