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석의 선택과 집중…CJ제일제당, 바이오·건강 힘 싣는다
최은석의 선택과 집중…CJ제일제당, 바이오·건강 힘 싣는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2.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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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M&A 이끈 전략통…차별화·신사업 발굴 급선무
그룹 지향 '패러다임 시프트' 맞춰 경영능력 입증 관건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제공=CJ그룹)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제공=CJ그룹)

최은석(54·사진) CJ제일제당 대표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비비고’를 앞세워 성장을 이끈 전임 강신호 현(現) CJ대한통운 대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면서 경쟁력 강화와 실적 도약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모양새다. 최 대표는 그룹이 지향하는 ‘패러다임 시프트(전환)’에 맞춰 어떤 전략과 신사업을 쥐고 경영능력을 입증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영업이익 누계 1조원을 넘기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연결기준 24조2457억원으로 전년보다 8.5% 늘었다. 영업이익은 50% 이상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각각 10.9%, 73%로 훨씬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집밥 수혜 효과와 함께 비비고를 앞세운 공격적인 영업·마케팅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비비고 만두는 미국 주류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내수에선 국탕찌개를 비롯한 비비고 가정간편식(HMR) 상품군이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이며 1위 사업자 자리를 굳건히 했다. 글로벌과 내수 모두 두각을 보인 덕에 주력인 식품사업 매출(8조9687억)은 전년보다 12.0% 늘며 전체 성장을 주도했다. 

이 같은 실적은 전임인 강신호 대표가 비비고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한 결과다. 강 대표는 2016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과 2018년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역임하면서 비비고를 글로벌 한식브랜드로 안착시켰다. CJ제일제당 수장을 맡은 지난해엔 가장 잘 할 수 있는 비비고에 집중하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까지 겹치면서 호실적을 얻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 대표가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비비고에 선택과 집중을 한 점이 주효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 새 수장 자리에 오른 최은석 대표는 그룹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CJ로 자리를 옮긴 후, 굵직굵직한 M&A(인수합병)를 주도했다. 2조원 가량의 빅딜이었던 미국의 냉동식품기업 ‘슈완스’ 인수, CJ GLS와 대한통운 간의 PMI(인수 뒤 통합) 등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 대표에 오르기 직전인 지난해 10월엔 CJ와 네이버 간의 콘텐츠·물류 사업 제휴까지 이끌어냈다. 

일각에선 CJ제일제당이 최 대표의 이런 능력을 발판 삼아, M&A 등 다각적인 접근으로 신사업을 키우면서 차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바이오가 유력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바이오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내외 시장 전반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바이오 사업 매출은 2조9817억원으로 식품사업의 33%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122억원으로 식품사업(5110억원)과 비교해 매출 대비 수익성이 훨씬 좋다.

CJ제일제당의 해양 생분해 소재 'PHA'를 활용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들. (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해양 생분해 소재 'PHA'를 활용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들. (제공=CJ제일제당)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과 이원다이에그노믹스(EDGC) 간의 '한국인 맞춤형 건기식' 공동 개발 MOU 체결 모습. (제공=CJ제일제당)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과 이원다이에그노믹스(EDGC) 간의 '한국인 맞춤형 건기식' 공동 개발 MOU 체결 모습. (제공=CJ제일제당)

실제, CJ제일제당은 최 대표 취임 이후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PHA’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목표로, 재생자원 중심의 화이트바이오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고 공언했다.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생분해 소재 사업은 지난해 1조원, 앞으로 5년 내 3배 이상 규모까지 성장이 예상된다. 이 외에 제약·의료 중심의 레드바이오 경력사업 모집과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 빅데이터를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업무협약 체결 등도 잇달아 진행했다. 

건강기능식품도 최 대표에겐 새로운 카드다.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본부 내 건강사업부에서 ‘BYO(유산균)’와 ‘한뿌리(홍삼)’, ‘리턴업(비타민)’ 브랜드를 중심으로 건기식 사업을 진행했다. 관련 매출액은 2000억원대 초반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건기식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지자, 최근 건강사업본부로 조직을 격상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CJ제일제당은 특히, 개인별 맞춤형 건기식에 초점을 맞췄다. 건강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유전자 분석 전문업체 EDGC(이원다이에그노믹스),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 벤처 HEM, 헬스케어 스타트업 케어위드 등과 연이어 업무협약을 맺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선 상황이다. 

최 대표는 취임 직후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선택과 집중, 혁신성장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미래사업 발굴을 강조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래 준비 차원의 신제품 개발과 전략적 R&D(연구개발) 투자 등 구조적 경쟁력 확보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