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재용 '취업제한'과 잃어버린 5년 
[데스크 칼럼] 이재용 '취업제한'과 잃어버린 5년 
  • 신아일보
  • 승인 2021.02.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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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재 산업부장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세계무대서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는 막대한 자금과 기술력을 요하지만,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도 한 순간이다.

이런 까닭에 반도체는 규모의 경제에서 선택적인 집중보다 꾸준한 인풋(Input)이 선행돼야 하는 산업으로 분류된다. 투자 규모와 시기에 대한 발 빠른 결정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 ‘경제사범 전담팀’은 지난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5년간 취업제한’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 공여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의 취업이 제한되면 경영 활동은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등기임원에서 빠져 취업 제한 통보를 받아도 경영 활동에는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세간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 부재는 한국 반도체 산업, 넓게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뒤처질 수 있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 부회장의 부재는 발 빠른 결정의 부재가 될 것이란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없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뒷걸음질 한다’는 세간의 우려를 ‘일반화의 오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한 번 더 곱씹으면 이 또한 쉽게 단정할 문제가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위상은 그만큼 엄청나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영위하는 종합 반도체기업(IDM) 순위에서 인텔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또,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시장점유율 14.7%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9.0%로 4위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삼성전자 외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일본 키오시아 등 상위 5개사의 생산능력이 전체의 50%를 넘는다. 10년 전 이들 5개사의 총 점유율이 36%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 간 인수·합병(M&A)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NXP를 비롯해 인피니언, 르네사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일레트로닉스 등 5개 기업이 세계시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공급물량이 부족한 만큼 앞으로 벌어질 기업 간 협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무를 수 있는 또 다른 전력으로 남을 수 있는 문제다. 

이런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기업과의 기술 초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세계 최초로 AI(인공지능) 엔진을 메모리에 탑재하는 차세대 융합기술을 선점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다양한 고객사와 해당 기술에 대한 테스트 검증을 완료하고, 플랫폼 표준화와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에서 끊임없이 영향력을 확대한 것도 투자의 산물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도 첫 행선지로 반도체공장을 꼽았고,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결정을 고민해 왔다. 삼성전자로선 이 부회장에 대한 ‘5년간 취업제한’이 잃어버린 5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미래 ‘ICT(정보통신기술) 한국’을 지워버린 오늘일지도 모를 일이다.

/나원재 산업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