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후 계속되는 전세 시장 진통…가격 안정도 '먼 얘기'
'임대차법' 시행 후 계속되는 전세 시장 진통…가격 안정도 '먼 얘기'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02.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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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파트 전셋값 9년 만에 최대 폭 상승…물량 확 줄어
전문가 "봄 이사 철 맞아 당분간 가격 오름세 지속될 것"
서울시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임대차법이 시행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전세 시장은 여전히 진통을 겪는 모습이다. 물량 자체가 법 시행 이전 대비 크게 줄면서 작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여기에 세입자와 임대인 간 분쟁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봄 이사 철을 맞아 임차 수요가 늘면서 당분간 전세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7.32% 상승했다. 이는 2011년 15.38% 상승률을 기록한 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가격 상승폭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법이 시행된 작년 8월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7월 0.51%에서 8월 0.68%로 커졌고, 11월과 12월에는 전월 대비 각각 1.02%와 1.52% 올랐다.

전세 매물은 임대차법 시행 이전 대비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1646개다. 임대차법 시행 전인 작년 7월31일 기준 3만8427개 대비 43.6% 줄어든 수치다. 경기도 전세 매물도 작년 7월31일 3만2517개에서 지난 17일 2만3851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구와 인천에서도 전세 매물이 각각 40.8%와 40.6% 줄었고, 부산 내 전세 매물도 임대차법 시행 후 36.8% 줄었다.

임대차법 관련 명도소송은 법 시행 전보다 늘었다. 명도소송은 매수인이 부동산에 대한 대금을 지급했음에도, 점유자가 부동산 인도를 거절할 경우 매수인이 점유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법도 명도소송센터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후 5개월 동안 센터에 접수된 명소소송 상담 전화는 344건이다. 작년 같은 기간 284건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명도소송은 부동산에 대한 대금을 지급했음에도, 점유자가 부동산 인도를 거절하는 경우 발생하는 소송을 말한다.

센터는 분쟁의 원인으로 임대차법에 담긴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인한 분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임차인이 전세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실거주할 경우에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부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세입자를 상대로 하는 명도소송 절차와 비용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이 시행 초기인 만큼 부작용이 다소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점진적인 임대차 계약 관련 법 개정이 아닌, 급진적 개정으로 인해 부작용이 일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법 시행 초기에 갈등과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며 "기존 예고된 3법 중 전월세신고제가 상반기 시행될 예정인데, 이전에 제도를 손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임대차 계약 중 계약갱신 부분에서 시행 초기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임차인을 위한 제도는 필요하지만,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부분들이 급진적으로 진행된 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작년 전셋값 상승분이 올해 이사 철에도 시장에 반영되며 당분간 전세 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사 철에 이뤄지는 계약갱신과 신규계약이 높은 가격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계약의 회전율 자체가 낮은 편"이라며 "재계약의 경우 그간 상승분을 반영해 전월세상한제의 최대치인 5%를 맞추려 할 것이고, 신규 계약도 이전 세입자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계약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리서치팀장도 "이사 철 신규계약에 그간 오른 전셋값이 반영되며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큰 만큼 임대인이 계약 갱신 시 보증금을 최대로 인상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