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주홍글씨
[e-런저런] 주홍글씨
  • 신아일보
  • 승인 2021.02.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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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는 17세기 미국 식민지 시대 한 의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와 간통한 목사를 중심으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다룬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이다. 당시 간통죄를 범한 사람은 가슴에 주홍색으로 칠해진 ‘A’라는 낙인을 찍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형벌을 받아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주홍글씨’는 어떤 죄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평생 동안 따라다니는 ‘꼬리표’ 같은 것을 일컫는 관용어로 굳어져 있다.

최근 프로배구계가 ‘학교폭력’(학폭)이라는 ‘주홍글씨’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한 여자배구팀의 선후배 선수 간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은 과거 학창시절 이 후배 선수로부터 폭력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동료의 폭로가 제기되면서 눈덩이처럼 커졌다. 여기에 또 다른 남자배구선수를 대상으로 한 ‘학폭 미투’까지 이어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일부 선수와 팀의 문제가 아니라 배구계 전체, 나아가 스포츠계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지도자와 선배의 폭력이 당연시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단체 생활을 하는 학교 스포츠에서는 ‘기합’이라는 미명 아래 선후배 간 폭력이 자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어릴 적 치기어린 행동을 두고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건이 어떤 식으로 봉합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바라건대 ‘주홍글씨’에 대한 거부감을 논하기 전에 ‘학교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가해자와 피해자를 포함한-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성원 스마트미디어부 차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