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상상을 현실로 이루는 신기술의 힘
[e-런저런] 상상을 현실로 이루는 신기술의 힘
  • 신아일보
  • 승인 2021.02.0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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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기술의 놀라운 진화에 우리는 항상 입을 다물지 못한채 감탄하곤 한다. 그리고 그 기술이 제대로 빛을 발할 때 감동을 느끼게 된다. MBC 가상현실(VR) 휴먼다큐 ‘너를 만났다’가 딱 그랬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와의 만남을 그리워 하는 이들은 수도없이 많을 것이다. 먼저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자식, 먼저 보낸 자식을 한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은 부모, 연인과 친구 등 세상을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다.”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떠난 사람을 VR로 만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설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도전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제작진은 가상 현실 속에 타인의 공간을 구현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는 체험을 통해 타인의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더 깊은 공감을 시도하는 ‘VR 저널리즘’ 프로젝트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작진은 엄마와 딸, 남편과 아내, 엄마과 아들의 재회를 위해 수개월간 구현 작업을 진행했다. 살아 생전 실제모습에 가장 가깝게 만들기 위해 가족들의 인터뷰, 핸드폰 속 사진과 동영상에 저장된 다양한 표정, 목소리, 말투, 특유의 몸짓에 대한 분석했고 모션 캡처 기술을 거친 긴 CG 작업을 도입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노력의 결과물로 엄마는 7살에 하늘로 떠난 딸과 재회했고, 남편은 4년 전 병마와 싸우다 다섯 아이를 남겨두고 떠난 아내와 재회했다. 그리고 뉴스에서만 보던 하청업체 직원 김용균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프기 전 예쁜 모습으로 다시 마주한 가족들은 연신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가상의 공간에서 VR 기계를 착용한 채 만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짧은 만남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간절했는지 오롯이 전해졌다.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방송 이후 시청자게시판에는 좋은 방송을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는 게시글이 줄을 이었으며 각각의 사연들로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연들의 갈무리에는 대부분 “꼭 한번만 만나게 해주세요”라는 청이 담겨져 있다.

이런 휴먼다큐는 언제든 환영이다. 억지스러운 눈물을 자아내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평생 소원인 일을 기술로 해결해 내는 것. 이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이 어디있단 말인가. 

코로나가 급격히 퍼진 지난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AI나 AR, VR 기술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송사들은 너나 할 것없이 신기술에 푹 빠졌다. 단순히 ‘볼거리’ 제공을 위한 것이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우리의 기술력이 더더욱 나래를 펼치길 바라본다.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