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녹취록 공개에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 송구하다”
김명수, 녹취록 공개에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 송구하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02.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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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녹취록 공개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실상 자신의 거짓 해명을 인정하는 취지의 사과 입장을 밝혔다.

4일 김 대법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고 전했다.

임 부장판사는 전 정부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담당 재판장에게 법정에서 대통령 행적과 관련한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입증되도록 개입한 직권 남용 혐의다.

지난해 2월 열린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이 항소해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이라며 판사 탄핵 추진에 나섰다. 임 부장판사는 오는 22일 퇴직을 앞둔 상태다. 이에 판사 탄핵을 두고 과하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으로 분분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냈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사표를 수리하면 자신이 국회의 탄핵 논의를 막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란에 김 대법원장은 전날 “탄핵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임 부장판사 변호인 측이 당시 김 대법원장과 대화한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또 한 번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김 대법원장이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녹취록 공개로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는 해명이 거짓으로 밝혀지자 김 대법원장은 이날 송구하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다만 김 대법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권 눈치보기’가 아닌 중도 사직을 만류하는 차원에서 사표를 반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에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보니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녹음자료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국회 탄핵 소추를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것이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대법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서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국회는 국회의 역할이 있고 법원은 법원의 역할이 있다.. 국회에서 진행되는 논의에 우리가 동조하고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