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 외면한 84만호 공급대책…'시장 과열 촉발' 우려도
무주택 서민 외면한 84만호 공급대책…'시장 과열 촉발' 우려도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2.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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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양·개발사업 위주로는 저렴한 주거 확보 어려워"
집값 안정 효과도 부정적…조합·토지주·사업자 이익만 확대
경기도 김포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경기도 김포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정부의 전국 84만호 주택 공급 대책을 두고 무주택 서민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분양·개발 사업 위주로는 서민층이 접근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 주택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집값 안정 효과에도 물음표가 달렸는데,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토지주, 사업자가 주택 개발을 통한 이익을 챙기는 동안 집값 거품은 더 부풀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4일 공공주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 등 전국에 주택 83만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공급되는 주택 83만6000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 공급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정작 실수요 무주택 서민을 위한 부동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공이 공급하는 고덕강일이나 위례 등 신도시 아파트들이 수억원대 고분양가로 나오는 상황에서 분양 위주 공급대책이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그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안정이라는 표현만 썼지, 실제 내용은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거품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띄우는 정책이었다"며 "지금은 그런 것들을 더 확대하기 위해 개발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결국 토지주 등 제3자들에게 특혜만 주겠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조합과 토지주, 사업자에게는 혜택일 수 있으나 무주택자에게 차별 없는 품질의 저렴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사회적 격차가 해소되기에는 한계가 있고, 남은 임기 내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주지 못한다면 토지가격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주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을 통해 기존 토지주들에게 10~30%p 추가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막대한 불로소득 허용이라는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김성달 국장은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문제가 토지주들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허용하는 문제였다"며 "이번에는 거기서도 10~30%p 이익을 더 준다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당장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효과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 완화로 사업 속도와 사업성이 개선되면, 해당 사업지에서는 집값 상승의 재료 또는 호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확대로 인한 가격 안정 효과는 단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반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분양 공급 확대로 인해 청약 대기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세 수요가 증가하는 등 현재 극심한 전세난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양지영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청약 대기자가 발생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나고, 재건축이 활발해지면 이주 수요 발생으로 전셋값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며 "앞으로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추가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