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들①] 현대중공업그룹, 황태자 '정기선'…역대급 변화 예고
[후계자들①] 현대중공업그룹, 황태자 '정기선'…역대급 변화 예고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02.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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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문경영인 체제 끝내고 오너체제로…차기 총수 예약 '적수 없다'
할아버지 정주영 넘어설지 '관심'…전면에 나설 올해 경영능력 '판가름'
과제는 주가 폭락 '조선', '스마트선박'으로 해법찾기…상속세 마련 고민

재계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무게를 잡던 아버지 총수 세대는 사라지고 있다. 스킨십경영의 40~50대 젊은 총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필두로 그동안 얼굴을 내밀지 않던 오너 2~4세 후계자들까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신아일보>는 연중기획 ‘후계자들’이란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 그룹사의 후계구도 및 경영승계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차기 오너가 그리는 기업은 어떤 것인지 한 그룹씩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의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취임(2018년) 전후 매출 변화(위). 지주 경영지원실장 오른 이후 현대중공업지주 주가 변화(아래).(그래픽=신아일보)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의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취임(2018년) 전후 매출 변화(위). 지주 경영지원실장 오른 이후 현대중공업지주 주가 변화(아래).(그래픽=신아일보)

현대중공업그룹을 위기에서 구할 정기선 부사장이 역대급 변화를 노린다. 그는 30여년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깨고 오너경영 체제로 다시 바꿀 적임자로 떠오른다. 여동생 2명과 남동생이 있지만 정 부사장과의 비교는 불가한 상황이다.

그는 딱히 경쟁자가 없어 ‘황태자’로 불린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능력을 보여줘야 차기 총수로써 인정받을 수 있다. ‘금수저’로 머물지, 할아버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넘어설 지 올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정기선 부사장은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그는 오너가임에도 신문기자 1년이란 독특한 경력을 가졌다. 단숨에 사태를 파악하는 ‘기자의 능력’을 습득했다.

아버지가 정계로 일찍 진출하면서 비어 있던 총수 자리를 꿰차기 위해 일찍부터 대내외 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 능력을 더한 정 부사장은 2013년 입사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재계 오너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임원 승진이다. 게다가 부사장까지는 3년 밖에 안 걸렸다.

빠르게 회사에 자리 잡으면서 그에게 맞설 형제는 없어졌다. 정몽준 이사장 슬하에는 장남 정 부사장을 포함, 정남이, 정선이, 정예선 4남매가 있다. 장녀 정남이 이사만 아산나눔재단에서 업무를 하고 있을뿐 다른 형제들의 경제계 진출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특히 유일한 남동생 정예선 씨는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혐오적인 글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경쟁에서 이미 뒤처졌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왼쪽)이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오른쪽)과 지난해 3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옛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사진=연합DB)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왼쪽)이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오른쪽)과 지난해 3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옛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사진=연합DB)

적수가 없는 정 부사장은 올해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른다. 그는 공식적인 직함만 3개다. 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다. 모두 그룹 중책이다. 여기에 더해 바이오, 인공지능(AI), 수소에너지 등 그룹의 신사업을 이끄는 ‘미래위원회’까지 진두지휘하는 자리에 앉았다.

정 부사장은 그룹의 주요 신사업을 챙기며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쓴다는 게 골자다. 바이오사업은 서울아산병원과 의료데이터 활용 확대를, 수소에너지사업은 수소운송시장을 겨냥한다. AI사업은 현대로보틱스를 통해 로봇사업 확대로 이어갈 수 있다. 실제 정 부사장은 지난해 KT와 디지털 혁신을 위한 협업에 나섰고, 직접 500억원 투자를 이끌어냈다.

특히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처음으로 경영에 나선 정 부사장이 대표에 부임한 이후 실적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7년 24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9년 4배가량 급증, 80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력 핵심사업인 ‘조선’이 문제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주춤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영향에 현대중공업지주 주가는 정 부사장이 경영지원실장에 오른 2018년 마지막날(12월28일) 34만원대에서 2021년 2월1일 현재 24만원대까지 폭락했다.

현대중고업그룹 오너 3세 정기선 부사장.(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오너 3세 정기선 부사장.(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 부사장이 총수로써 인정받으려면 결국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로써의 리더십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숙제다.

정 부사장은 타개법으로 ‘스마트선박’과 ‘디지털전환’ 전략을 앞세웠다. 올해 시작과 동시에 현대중공업 IPO(기업공개)를 통한 1조원 자금 조달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축된 조선사업에 재원을 투자, ‘친환경선박’과 ‘미래첨단 스마트십’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재계 9위 현대중공업그룹을 재계 7위 반열까지 올려놓는다는 포부다. 그룹 사업의 역대급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앞으로 총수가 되면 협업 기대감도 높아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사장과 한화 김동관 사장, 동국제강 장선익 상무는 친구사이다. 유진그룹 유석훈 상무와도 중학교 동창”이라며 “이들은 모두 차기 총수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버지 세대와 달리 그룹 간 협업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마지막 문제는 상속세다. 약 1조원으로 추정되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아버지 정 이사장 지분은 26.6%, 정 부사장은 5.2%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kja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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