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옹호" vs "판사 길들이기"… '법관 탄핵' 갈등 심화
"사법농단 옹호" vs "판사 길들이기"… '법관 탄핵' 갈등 심화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2.02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선 판사 탄핵안' 국회 본회의 보고… 4일 표결 수순
국민의힘 "실익 없는 일로 국정 낭비"… 與 "내로남불"
기본소득당 용혜인(왼쪽부터), 열린민주당 강민정, 정의당 류호정,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본소득당 용혜인(왼쪽부터), 열린민주당 강민정, 정의당 류호정,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사건 연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치권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보수권은 "누가 누구를 탄핵하느냐"며 '사법부 장악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태형 국회 의사국장은 2일 오전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앞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61인으로부터 법관 임성근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고 알렸다.

'보고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이라는 국회법에 따라 탄핵안은 오는 4일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발의 의원 수가 의결 정족 수 151명을 넘긴 만큼 변수가 없는 한 가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법관 탄핵소추안을 '자유 투표'로 표결하기로 했지만, 법안 발의에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까지 이름을 올려 사실상 '당론 발의' 성격을 띤다는 게 정치권 평가다.

보수권과 사법계는 민주당이 주도한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적 계산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번 탄핵소추 과정에서 실익도, 탄핵 당사자에 대한 방어권 보장도 없었다는 것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무 실익 없는 일로 국정을 낭비하는 행태가 조선 현종 때 예송 논쟁을 연상케 한다"며 "그야말로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가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법을 이기고 가면서까지 법관 탄핵을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 뜻인가"라며 "진정 국민이 탄핵하고 싶은 대상은 일선 법관이 아닌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든 이들"이라고 부각했다.

배 대변인은 "여당이 탄핵을 개시한 만큼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탄핵이 시작될 것"이라며 "국정을 망가뜨리고, 우는 아이 장난감 쥐어주며 달래듯 국정 운영을 하는 정부·여당은 각오하라"고 비판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최근 문재인 정권 인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이 잇따르자 초조해진 민주당이 법관 탄핵으로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며 "협박을 행동으로 옮긴 건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하는 법관은 정말 탄핵할 수 있다는 180석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앞으로 이 정권과 관련된 재판에서 법관에게 '알아서 기라'는 말"이라고 규탄하면서 "180석 여당이 조폭들이나 하는 공갈·협박·보복을 하는 앞에서 일선 법관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친문 극렬 지지자들의 협박에다 민주당의 탄핵 협박까지 이겨낼 수 있어야 '간 큰 판결'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민주공화국의 기초인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있는데, 사법부의 수장 김명수 대법원장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느냐"고 비꼬았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말 한마디 못하는 대법원장이 너무나 한심하고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보수 야권이 김 대법원장 탄핵 검토를 예고하자 범여권은 "사법농단 옹호 세력"이라며 "헌법 위반 판사를 두둔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물타기"라고 되려 지적에 나섰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임 판사 탄핵 추진에 국민의힘은 분명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비판했었다"며 "남이 하면 길들이기, 내가 하면 정의구현인가"라고 반문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가 '사법부 길들이기'라면서 국민의힘이 맞불을 놨는데,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제1야당의 모습에 한숨도 나오질 않는다"고 비난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