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혁신경영 1년…농협, 한국판 ‘아마존 고’ 가시화
이성희 혁신경영 1년…농협, 한국판 ‘아마존 고’ 가시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1.3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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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수해피해·물류센터 등 직접 발로 뛰며 리더십 발휘
적자였던 경제사업 실적호전, 디지털 근간 유통개혁 공언
온라인 당일배송, 무인매장 구축…마트 빅3와 본격 경쟁
이성희(왼쪽) 농협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지난 1월26일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방문해 농산물 상품화 과정을 살피고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제공=농협)
이성희(왼쪽) 농협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지난 1월26일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방문해 농산물 상품화 과정을 살피고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제공=농협)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성희(72) 농협중앙회장은 발로 뛰는 현장경영과 질적 성장에 집중하며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농협 개혁을 위한 밑거름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취임 2년차인 올해부터 농축산물 유통과 디지털 혁신을 본격화하며, 새로운 100년을 위한 초석을 만드는데 집중한단 계획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성희 농협 회장은 1년 전인 지난해 1월31일 24대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오른 후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이 회장은 취임 때 ‘농협다운 농협’을 강조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단 포부를 드러내면서 농업·농촌 현장 중심의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취임 1년간 수많은 현장을 찾으며 농협 개혁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들었다. 실제 이 회장은 농협 대강당에서 성대하게 열었던 기존의 취임식 관행을 깨고, 강원도 홍천의 한 딸기농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취임행사를 갈음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농업인이 없는 농협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농가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농협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이 회장은 이후 월평균 3~4회 가량 코로나19로 대목을 잃은 화훼농가와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이 큰 과수농가, 스마트팜 등 농업 현장을 수시로 방문했다. 지난여름엔 역대급 긴 장마와 태풍으로 피해가 큰 20여개 시·군 농촌 수해지역을 찾아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그는 새해 연휴에도 경기도 평택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 소독시설을 찾고,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2021년 첫 업무를 시작하는 등 현장경영을 꾸준히 실천 중이다.

이 회장은 내실을 다지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취임 후 업무보고를 받으며 농협의 미흡한 경영실적을 지적하고, 임직원에게 ‘경영성과를 이루는 기업문화’를 재차 강조했다. 회장 취임 전 8년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맡은 이력을 살려 내부 업무집행의 잘못된 관행과 취약한 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내실경영은 실적 호전으로 이어졌다. 

이성희(맨 앞) 회장이 지난해 8월 수해를 입은 충남 아산의 농촌 현장을 찾은 모습. (제공=농협)
이성희(맨 앞) 회장이 지난해 8월 수해를 입은 충남 아산의 농촌 현장을 찾은 모습. (제공=농협)

지난해 3분기 누계 농협 경제사업은 사업량 22조3871억, 순이익 708억원으로 흑자 결산이 유력하다. 사업량에선 농업경제는 전년보다 5.6% 늘어난 16조9165억원, 축산경제는 10% 증가한 5조4706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의 경우, 농업경제는 291억원 늘어난 522억원, 축산경제는 203억원 확대된 186억원 등 총 708억원으로 흑자를 냈다. 지난해 1127억원 적자를 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개선된 모습이다. 

이 회장은 현장에서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체질개선을 발판삼아, 창립 60주년을 맞은 올해 ‘농협 100년’을 위해 최우선과제로 삼은 유통 혁신에 고삐를 쥔다. 그는 지난 취임 때 농축산물 유통구조의 전면 개혁을 공언했고, 올 신년사에선 디지털을 근간으로 한 농협의 유통대변혁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취임 100일도 안 돼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조직하고, 지난해 11월엔 66개의 유통혁신과제를 수립했다. 이 회장에겐 올해가 혁신과제를 본격적으로 실천하는 첫 해다. 

이 회장은 우선 비대면 거래 확산에 발맞춰 온라인 ‘농협몰’ 내 농민마켓을 농업인과 지역 농·축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편한다. 농협이 온라인 상품등록을 전폭 지원해 산지의 온라인 상품 소싱 역량을 배가시키겠단 구상이다. 

농민마켓 목표 거래액은 올해 100억원이지만, 2023년까지 온라인 산지어시스턴트 100명, 판매자 1000개소 육성으로 2000억원까지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농협 관계자는 “농가가 편리하게 입점·주문하도록 관련 전산프로그램을 모바일 버전으로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도입한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는 적용 품목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농협은 자체적으로 전국 단위의 온라인거래시스템을 구축하고, 양파·마늘·사과 시범사업을 추진해 총 1만8925톤(t, 279억원 상당)의 농산물을 판매했다. 올해엔 거래품목을 4~5개 더 추가해 판매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농협 경제지주와 하나로유통으로 이원화됐던 농산물 도매기능을 경제지주로 일원화해 판매·유통을 총괄하고, 올 상반기 내에 유통부문 5개 회사를 합병시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마트 빅(Big)3와 경쟁에도 나선다. 

이성희 회장은 지난 1월22일 디지털풀필먼트센터(DFC) 시스템이 처음으로 적용된 농협 성남유통센터를 찾아 디지털 전환 상황을 살폈다. (제공=농협)
이성희 회장은 지난 1월22일 디지털풀필먼트센터(DFC) 시스템이 처음으로 적용된 농협 성남유통센터를 찾아 디지털 전환 상황을 살폈다. (제공=농협)

현재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등 5개사 매출 규모만 5조원에 육박한다. 이 회장은 복잡했던 유통단계의 효율화 작업을 거쳐 가격·판매 경쟁력을 높이고, 이에 대한 혜택을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제공하겠단 계획이다. 

여기에 e-하나로마트를 앞세워 전국 당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 농협은 지난해 서울지역에 한해 당일배송 시스템을 마련했다. 올해엔 부산·인천·광주 등 7개 광역시까지 범위를 넓힌 후 2023년까지 전국 모든 지역으로 서비스를 넓힌다. 이 회장은 DFC(Digital Fulfillment Center, 물품 보관·주문·제품선별·포장 등의 업무수행을 디지털화한 물류센터)에 기반한 2시간 내 ‘싱싱배송’으로 농축산물 배송 혁신을 더한다면, 마트 빅3와의 경쟁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다. 

인공지능(AI) 무인매장도 본격 가동한다. 농협은 최근 농협하나로마트 신촌점 내에 ‘NH AI 스토어(STORE)’를 선보였다. AI 스토어는 미국 아마존의 AI 무인매장 ‘아마존 고’와 비슷한 콘셉트다. 소비자가 매장을 돌며 물건을 카트에 담으면, 천장 카메라와 집기에 달린 센서가 자동 인식해 바코드 스캔 없이 즉시 결제가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 해당 기술은 농협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농협은 올 하반기부터 AI 스토어 매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임기 중에 농협이 잘 팔아주는 조직으로 혁신되도록 우선순위를 두는 한편, 소비자에게 새롭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신기술 개발에도 힘쓸 것”이라며 “새해에는 반드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