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면 돌아가면 돼"…현대건설, 호텔 사들여 '주상복합 개발'
"막히면 돌아가면 돼"…현대건설, 호텔 사들여 '주상복합 개발'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1.28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규제로 주택 재건축·재개발 어려워지자 새 활로 개척
전문가 "풍부한 현금 자산 기반 사업 방식 다각화 긍정적"
서울시 중구 현대건설 본사 전경. (사진=현대건설)
서울시 중구 현대건설 본사 전경.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풍부한 현금 자산을 바탕으로 서울 도심 호텔 부지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최근 인수한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호텔을 두고는 주상복합 개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여 온 가운데, 주택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의 이런 행보를 사업 방식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8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일 부동산개발회사 웰스어드바이저스와 함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호텔을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7000억원이며, 현대건설의 지분은 30%다.

작년 1월 기준 르메르디앙 서울호텔 부지 공시지가는 ㎡당 3707만원이다. 호텔의 대지면적 1만362㎡를 대입하면 이 부지의 총 공시지가는 약 3841억원이다. 현대건설과 웰스어드바이저스는 공시지가의 1.8배 정도 가격에 해당 부지를 매입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하나대체투자운용과 부동산 디벨로퍼 RBDK와 컨소시엄을 꾸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크라운호텔 인수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이 최근 서울시 내 호텔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상복합 등 개발을 위한 부지확보를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알짜지역들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이 악화돼 부지를 싸게 사는 건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안 풀어주다 보니까 이런 식으로 개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부지에 주상복합을 개발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제3종일반주거지역에는 35층 이하 주거 건물이나 업무·상업·주거·문화·여가시설 등이 들어서는 50층 이하 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다.

서울시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전경. (사진=르메르디앙 서울)
서울시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전경. (사진=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일단 주상복합 개발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알면 되겠다. 호텔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업확장 개념에서 최근 리모델링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 일환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사업성이 좋으면 또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의 풍부한 현금 자산이 서울 도심 사업부지 확보를 가능케 한다고 분석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현금 여력에서 타사보다 여유가 있다"며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어떻게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냐에서 호텔을 매입하고 추가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코스피에 상장된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 중 가장 풍부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5대 건설사 중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580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물산 2조6373억원 △DL이앤씨 2조3625억원 △GS건설 2조1483억원 △대우건설 1조4147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이 호텔 인수를 통한 개발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룡 연구원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사업형태라는 측면에서 보면, 보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업을 펼쳐나간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상복합 건설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인허가 등 본격적인 개발에 이어 분양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상복합은 주거상품이기 때문에 교육과 교통, 환경, 조망권, 일조권 등 인허가 등 추진 과정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것"이라며 "그런 부분들을 풀어가는 사이에 자산 시장이 어떤 변동성을 보이느냐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