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㉚ - 시험없는 나라의 비극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㉚ - 시험없는 나라의 비극
  • 신아일보
  • 승인 2021.01.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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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미국의 인종별 출산율을 보면 멕시칸의 출산율이 가장 높다. 2006년 히스패닉의 출산율은 2.86으로 흑인 2.13보다 높다. 멕시코의 출산율도 높다. 2016년 2.16으로 많이 낮아졌지만 1970년까지 6명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멕시코의 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멕시코에는 시험이 있기는 하지만 시험 외의 다른 요소가 더 많은 영향을 준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은 물론이고 대학교 입학 시험도 형식적인 수준이다. 취업 시험도 없으며 공무원 시험조차 없다. 대학교에서는 학생을 재량껏 뽑으며, 정부도 공무원을 알음알음 뽑는다. 교사는 노조에서 뽑으며, 대부분의 좋은 직업은 세습된다. 그 결과 중상류층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좋은 자리에 취직할 수 있다. 무상교육과 평등교육을 한다고는 하지만, 스페인 후손 또는 중상류층에게는 미래가 보장되고, 가난한 인디언의 후손에게는 교육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멕시코에서의 시험 없는 세상은 서민에게는 지옥과 다름없다. 어떠한 기회도 없으며,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신분 사회에서는 가족의 가치가 매우 높다. 태어난 신분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니 어찌 가족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멕시코보다 더 심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다. 기원전 1300년경 중앙아시아에 살던 아리아인이 인도를 점령한 후 제사를 관장하는 성직자(브라만), 정치를 관장하는 왕족, 귀족, 무인(크샤트리아), 상업과 농업에 종사하는 평민(바이샤), 아리아인에게 정복 당한 원주민인 드라비다인(수드라)로 나누고, 카스트 마다 다른 성씨를 쓰게 하고, 계층간의 결혼을 금지했으며, 다른 카스트와 함께 식사하는 것도 금지했다. 조상의 직업도 의무적으로 승계하도록 했다. 아리아인이 원주민인 드라비다인을 노예로 부려먹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가 현재까지 3300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카스트제도에서는 시험 볼 기회는 물론이고, 결혼과 직업 선택의 자유조차 없으며, 어겼을 경우에는 구타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태어난 신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비극적인 신분제도가 유지되는 인도는 가족의 가치가 매우 높으며, 높은 출산율 덕분에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인구를 갖게 됐다.

조선에도 지독한 신분제도가 있었다. 유학을 공부하고 고위 관직으로 나갈 수 있는 특권을 가졌던 양반, 의학 등의 전문 직종 또는 하급 관직을 맡았던 중인, 조세와 군역을 부담하며 농공상에 종사했던 상민, 노비 등의 천민으로 나뉘었다. 이렇게 출생 신분에 의해 심각한 차별을 받는 사회에서는 가족과 자녀의 가치가 매우 높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으려고 했다. 특히, 관직으로 나갈 수 있고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아들을 낳으려고 했다.

북한도 신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별군중, 핵심군중, 기본군중, 복잡군중, 적대계급의 5계층으로 나누고, 계층에 따라서 엄격한 차별을 한다. 특별군중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만큼이나 호사스런 대접을 받으며 일류대학에도 어렵지 않게 입학할 수 있다. 졸업 후에는 권력 있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 반면에 적대 계층은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시험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며 당원이 될 수도 없다. 이러한 신분간 차별에 따라 사회주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보다 출산율이 두 배나 높다.

모두가 차별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차별이 없는 살기 좋은 사회가 될수록 출산율은 하락한다. 차별없는 사회를 유지하면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그런 사회를 만들지 않는다면 다시 온갖 차별을 강요받는 비극적인 사회를 다시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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