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만 손해?"…손실보상제 '형평성·정치쇼' 논란
"자영업만 손해?"…손실보상제 '형평성·정치쇼' 논란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1.27 0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적 어려움 처한 다른 계층 외면…지원 대상 기준도 모호
4월 선거 앞두고 표심 얻으려는 정치권 포퓰리즘 정책 지적도
강원도 속초의 한 지역시장. (사진=신아일보DB)
강원도 속초의 한 지역시장. (사진=신아일보DB)

최근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손실보상제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처한 다양한 계층이 있음에도 법제화를 통해 자영업자만을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 떨어지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지급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이다. 또,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강훈식·이동주·전용기 의원은 최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손실보상제'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민병덕 의원이 지난 24일 발의한 법안은 피해업종별로 행정명령 발동 기간 매출액을 직전 3년 같은 기간 평균 매출액과 비교한 차액을 손실로 인식하도록 했다. 집합금지 업종은 손실매출액의 70%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업종은 50~60% 내에서 손실을 보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손실보상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내린 영업 제한 조치로 손해를 입은 사업자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여당과 청와대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지만, 모든 가구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과 달리 자영업자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처음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도 피해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할 것이냐 국민 모두를 지원할 것이냐를 두고 말이 많았지만, 결국 모든 가구를 지원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있고, 특정 계층을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기 회복이 더 근본적인 지원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2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각계 각층에 피해자가 많은데, 유독 자영업자만 챙기는 손실보상제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노점상 등 취약계층도 챙겨야 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손실보상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청와대에 경제적 도움을 호소하는 계층은 넘쳐난다.

자영업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제대로 선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문제다.

김주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는데, 코로나로 영업금지 당한 자영업자는 소상공인만 해당하지 않는다"며 "5인 이상 사업장들도 고용 인원이 많고, 임대료와 고정비에 대한 부담이 커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손실이나 피해액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뒤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피해 수준에 따라 알맞은 보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실보상제가 정치적 포퓰리즘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는 비판은 이 제도의 타당성을 반감시키는 요소다. 손실보상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코로나19 중대본회의 모두발언에서 언급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지난 25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달 임시국회에서 손실보상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당 대권 잠룡들이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에 앞장서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내용을 분위기에 휩쓸려 논의하는 것은 나중에 자영업자들의 기대감만 떨어뜨릴 것"이라며 "보상금이라는 것이 결국 국민 세금과 기업 세금에서 나오는 것인데, 실현된다 해도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위로금 수준으로만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치권에서 손실보상제에 대해 이야기만 하고, 실제로 국가재정을 감당하는 기재부와는 제대로 된 협의가 없는 상황"이라며 "손실보상제 법안을 2월에 만들어 4월에 지급한다는 것은 결국 선거를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많지만, 어찌됐건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타격이 큰 자영업자들은 손실보상제가 강도 높게 추진되길 바라는 모습이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많은 자영업자가 손실보상제 도입을 두고 걱정과 기대를 함께 가지고 있다"며 "보상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12개 자영업자 단체들과 논의한 결과, 그동안 자영업자들이 납부한 세금을 기준으로 해 일정한 한도를 정해놓고 보상금을 지급하고, 집합 제한 업종에 대해서는 고정비용에 대한 부분을 100%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