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정의당까지 성범죄 굴레로… 진보권, 재보선 '깜깜'
'여성인권' 정의당까지 성범죄 굴레로… 진보권, 재보선 '깜깜'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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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같은 당 동료 장혜영 성추행 인정… 대표직 사퇴
나경원 "이중성 두고만 못 봐"… 조은희 "좌파 심판해야"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25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4일 당 대표단회의에 참석한 김종철 대표와 장혜영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25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4일 당 대표단회의에 참석한 김종철 대표와 장혜영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표직을 사퇴했다. 당 역시 김 대표 직위를 해제했는데, 운동권과 진보 진영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범여권 소속 고위공직자 성 비위 문제가 잊을 만하면 터지면서 여전히 성범죄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는 모양새다.

정의당은 이날 젠더(성)인권본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고 알렸다. 지난해 10월 9일 대표로 선출된 김 대표는 109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장 의원은 지난 15일 김 대표 제안으로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고, 당 향방 등에 대한 면담을 실시했다. 이후 김 대표는 식사 자리를 마치고 나와 차량을 기다리던 중 장 의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장 의원 역시 사건 경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함께 '젠더 폭력 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장 의원을 거론하면서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줬는데, 저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며 "거듭 죄송하다. 정의당과 당원, 국민 여러분께도 씻지 못 할 충격을 드렸다"고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어떠한 책임을 진다고 해도 제 가해행위는 씻기 힘들다"며 "향후 제 행위를 성찰하고, 저열했던 제 성인식을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각했다.

정치권에서 주기적으로 성 문제가 터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김 대표의 성추행 사건은 진보 정당 전체 도덕성에 악재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같은 당 소속이자 동료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점에서 진보권에 대한 인식과 지지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4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 때문에 실시하는 일부 광역자치단체장 보궐선거도 난망해졌다. 정의당의 도덕적 우위 실추는 물론 집권 여당에서의 성추행 문제도 자연스레 복기되면서 동반 자멸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에 대해 보수 진영에선 서울시장 보선 출마자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고, 정의당마저 정의와 멀어지는 모습에 국민의 마음은 더욱 쓰라릴 것"이라며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이들의 이중성과 민낯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고위공직자의 성범죄 문제까지 싸잡아 부각한 것이다.

같은 당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울·부산 보궐선거는 아지도 계속되고 있는 좌파 권력자의 위계형 성범죄에 대해 철퇴를 내리는 심판이어야 함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몰아붙였다.

또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경우 박 전 시장 문제까지 언급하면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당당하게 서울시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는 '진보·운동권은 성추행 전문범만 있느냐, 운동권 근성을 못 버렸다, 박원순·오거돈·안희정·김종철 모두 페미니즘(여성주의)을 운운하면서 족쇄를 채우더니 정작 자신들은 아무렇지 않게 성범죄를 저질렀다, 본인이 민주화 투쟁할 때 태어났을 사람을 성추행하느냐, 동료 의원을 성추행할 정도면 상습범 아니냐' 등의 비판을 내놨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왼쪽)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호진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왼쪽)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호진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