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기자수첩]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1.01.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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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대기업들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략을 고심하는 등 업황 부진에서 반등을 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발생해 1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반의 매출이 급감하고 수익성이 악화되자,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배송해주거나 온라인에서 예약하고 현장에서 상품 확인 후 픽업하는 등 활로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유통업계의 노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부흥기로 승승장구하던 10여년 전 유통대기업들의 모습만 기억한 채 유통업계를 옥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여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 점포에 대한 추가적인 영업규제가 필요하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복합쇼핑몰의 심야 영업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을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한단 방침이다. 또 여당은 전통시장 20킬로미터(㎞) 이내(기존 1㎞ 이내)에 대형마트나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를 신규 출점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다룰 계획이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되레 대형마트의 매출은 물론, 대형마트 주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의 매출도 감소했다. 

실제 한국유통학회의 ‘유통 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2012년 3월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후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9년 기준 4.9% 줄었다. 전통시장·골목상권 등이 포함된 전문소매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6.1% 줄었다. 게다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비율은 5.8%에 불과했고, 대형마트 폐점 시 해당 점포 반경 0~1㎞와 1~2㎞ 내 전체 업종의 매출도 4.8%와 2.7% 줄었다.

정부나 여당은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시도로 변화를 꾀하며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통대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유통대기업들이 스스로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상생을 도모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유인책을 모색하는 게 낫다.

특히 유통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업체들의 대부분이 소상공인·자영업자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젠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법안으로 유통업계 옥죄지 말고, 동반성장이 가능한 진흥책을 마련할 때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떠올리자. 정부와 여당은 시장의 섭리대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게 더 이상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