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차별’과 ‘차이’
[e-런저런] ‘차별’과 ‘차이’
  • 신아일보
  • 승인 2021.01.18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공지능(AI) 채팅로봇 ‘이루다’가 지난해 12월23일 출시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이용자와 대화 중 차별·혐오 표현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결과다. 이루다는 실제로 성소수자에 대해 “혐오스럽다”며 질색했고, 장애인과 관련한 질문에도 극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이루다의 기본 데이터는 개발사가 불법으로 수집한 연인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차별’과 이에 따른 ‘혐오’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문득 최근 한 드라마에서 언급된 ‘차별’과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국어사전을 보면 차별은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둬서 구별함’으로, 차이는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또는 그런 정도나 상태’라고 설명돼 있다.

예컨대 차별은 성차별, 인종차별, 적서차별 등으로 쓰이는 반면 차이는 학력차이, 빈부차이, 세대차이 등으로 활용된다.

특히 구별 기준과의 연관성이 없고 부당한 대우와 긴밀히 연결된 ‘차별’은 피해 당사자의 반발을 불러오지만, 격차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는 ‘차이’는 정당한 인센티브라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지난해 여름 취업시장을 뜨겁게 달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에서 전문가들은 ‘차별’이 아니라 업무의 ‘차이’를 인정하고,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직원 간 ‘상대적 평등’을 실현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 바 있다.

“차이에 부당함이 담기는 순간 차별이 된다”는 드라마 속 대사가 쉬이 잊히지 않는다.

/한성원 스마트미디어부 차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