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제2의 정인이 사건이 없도록
[e-런저런] 제2의 정인이 사건이 없도록
  • 신아일보
  • 승인 2021.01.1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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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개봉한 아메리칸 크라임이라는 영화가 있다. 1966년 ‘배니체프스키 대 인디애나’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로, 돈때문에 아이를 양육하게 된 과부와 친자녀가 한 아이를 무차별 폭행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우연히 접하고 찾아본 진짜 전말은 실로 무섭고 기괴했다. 정확히는 ‘실비아 리킨스 살인 사건’으로, 이혼녀인 거트루드 배니체프스키가 미국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자신의 자녀와 이웃집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돌보던 16세 소녀 실비아 리킨스를 장기간 학대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잔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영화였으면 좋으련만 영화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 영화가 다시 떠올랐다. 영화를 보고 한동안 꽤 충격적이었기에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는데 ‘정인이 사건’을 보면서 이 영화가 오버랩 된 것이다. 

16살의 실비아가 느꼈을 공포,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감을 고작 16개월의 어린 정인이가 느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랫입술을 꽉 깨물게 된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정인이를 괴롭히던 그 부부를 생각할때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그냥 거짓이었음 좋겠다. 모든 게 거짓이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작디 작은 아이를 입양했다. 입양한 이유는 단 하나. 남의 시선때문이다. 남들이 바라보는 우리 부부가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잘 사는, 선량한 부부로 비춰지길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입양이 생각과는 달랐을 것이다. 친딸과 자꾸만 비교되고 모든 것이 불만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파양은 할 수 없다. 왜? 남들 눈에 착한 부부로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아이가 화를 풀 수 있는 도구가 됐다. 울리고 나면 희열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계속 때리고 괴롭히고 또 때리고 했을 것이다. 

물론 소설이었음 좋겠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여러가지 의혹 가운데 돈때문에 입양을 했다던가, 청약 순위를 올리기 위해 입양을 했다던가 등의 의혹이 맞을 수도 있다. 어쨌든 저 부부는 입양이라는 자체를 너무 쉽게 생각했고 만만하게 여긴 것이 틀림없다.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할 운명이다. 정인이가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면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진 않았을 것이다. 고작 16개월 된 작은 아이는 친모와 양모에게 각각 다른 방법으로 버림을 받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100% 인재(人災)다. 충분히 막을 있었기에 더더욱 후회만 남는다. 

아기천사 정인이는 이제 세상에 없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다. 하지만 제2의 정인이가 더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할 수는 있다. 또 다시 ‘정인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가 지속적으로 관심갖고 지켜봐야 한다. 이번 사건에 우리 국민들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냄비근성’이 없길 바랄 뿐이다.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임을 기억하자.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