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모터치와 불행버거
[기자수첩] 계모터치와 불행버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1.17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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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는 상대적으로 값싼 가격에 가볍게 한 끼 때울 수 있고, 취향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어 소비가 활발한 외식메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배달과 스마트 오더 등 비대면 서비스는 더욱 강화되고, 매장 출점도 꾸준하면서 관련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햄버거 시장은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전통 강호에 SPC의 쉐이크쉑과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 등 신흥강자들이 참여하면서, 경쟁은 무척 치열해졌다. 저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프리미엄 등의 콘셉트를 내세우며 소비자 선택을 받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먹방과 인증샷 문화가 활발해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은 후기를 통해 브랜드별로 다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중 맘스터치와 맥도날드는 최근 들어 햄버거 맛과 품질, 가성비 등 여러 면에서 활발히 언급되고 있다. 

맘스터치는 브랜드 이미지가 이전보단 썩 좋지 못하다. 그간 가성비 콘셉트로 1020세대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매장도 1300여개가 넘으며, 매장 수 기준 롯데리아와 선두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2019년 11월 사모펀드로 경영주체가 바뀐 이후, 급작스러운 가격인상과 메뉴 개편, 노사갈등, 지속적인 이물질 사고 등으로 이전의 호평은 찾기 힘들다. 지난해엔 1만원에 육박하는 버거 신제품을 출시해, 가성비 이미지를 버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들게 했다. 

SNS에선 대표 격인 싸이버거를 비롯한 여러 버거의 속재료가 부실하고, 크기도 줄어들어 아쉽다는 후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맘스터치가 사모펀드로 인수된 이후 맛과 품질이 바뀐 것 같다면서 ‘계모터치’로 조롱하기도 한다. 

맥도날드도 최근 새해를 앞두고 매년 출시하는 ‘행운버거’를 두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들이 다수다. 올해로 출시 9년차의 행운버거는 구매 시 100원씩 기부하는 좋은 취지를 가졌음에도 가격 대비 내용물이 너무 부실하다는 지적들이 늘 있어 왔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3월 ‘베스트 버거’ 시스템을 아시아 최초로 도입하고, 햄버거 전반적으로 맛과 품질을 개선시킨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후 SNS를 통해 빅맥 등 주요 버거들은 확실히 맛이 배가됐다는 평들이 많았다. 소비자들이 행운버거에도 기대할만했다. 하지만, 행운버거는 여전히 맛이 없고 내용이 부실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불행버거’라는 오명을 떼지 못했다.

맘스터치와 맥도날드는 이런 혹평에 대해 억울해한다. 그러면서 ‘소비자 만족’이 최우선이라고 얘기한다. 맘스터치의 이병윤 대표는 소비자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고 자신했다. 맥도날드의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는 올해 사내 신년행사에서 소비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대표가 말하는 소비자와 가감 없이 햄버거 후기를 전하는 소비자는 서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 만족과 소통에 더욱 충실한 맘스터치와 맥도날드를 기대해 본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