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패배시엔 정치적 치명상… "정권교체 소명 반드시 이뤄낼 것"
'안철수 단일화 무산' 판단… "당원 뜻 충분히 헤아리지 못 해 사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당 또는 합당을 요구하며 조건부 출마를 선언한 지 열흘 만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북서울꿈의숲에서 시장직 중도 사퇴로 큰 빚을 졌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큰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데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10년 전 서울시장직 중도사퇴로 서울시민에게 큰 빚을 진 사람이 이렇게 나서는 게 맞는지, 오랜시간 자책감과 개인적 고뇌가 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제가 사회로부터 받은 수혜만큼 미력하나마 앞장서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오 전 시장으로서는 그동안 대선 도전 의지를 드러냈던 만큼서울시장 경선에서 탈락한다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야권의 승리를 위해 나섰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서울이 멈추면 곧 대한민국이 멈춘다"며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2022년 정권교체의 소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서울은 코로나19로 시민들의 생명이 위협 받고 집값 폭등으로 투전판이 된지 오래"라면서 "전임 시장의 성추행범죄로 시장직이 궐석이 되면서 폭설 하나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등 한마디로 빈사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은"제겐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재선 시장으로 5년간 쌓은 '시정 경험'이란 비장의 무기가 있다"며 "위기의 서울을 살리기 위해서는 당선 다음날부터 당장 시정을 진두지휘하며 심폐소생을 할 수 있는 경험 있는 노련한 시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서울시장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채 1년도 되지 않는다"면서 "빈사 상태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이 출마 선언 장소를 북서울꿈의숲으로 택한 이유도 '경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서울꿈의숲은 오 전 시장이 재직 당시 조성한 시민공원이다.
앞서 오 전 시장은 경선 후보 등록 전날인 17일까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이나 합당을 하지 않으면 출마하겠다는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 대표 측에서 특별한 반응이 없어 입당·합당이 무산됐다고 보고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향후 정권교체의 초석이 될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 야권이 통합되면 불출마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제 사전 통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에서 한 결단이었다"며 "다만 당원 동지 여러분과 저의 출마를 바라는 분들의 뜻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국민의힘에서는 오 전 시장을 비롯해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을 시작으로 이혜훈·김선동·이종구 오신환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 나경원 전 의원 등 10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18일부터 경선후보 등록 절차에 들어간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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