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쌍용차, 정리해고가 답일까
[기자수첩] 쌍용차, 정리해고가 답일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1.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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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2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쌍용자동차의 지원과 관련해 흑자 달성 전 쟁의행위 금지와 노사 단체협약 유효 기간 1년에서 3년 단위 변경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쌍용차에 한해 이들 조건은 다소 뜬금없다.

우선 쌍용차 노사는 지난 11년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무분규 타결했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1995년 민주노총 창립 멤버로 금속노조에 가입해 거의 매년 파업을 벌였지만 지난 2009년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뒤 탄탄한 노사 협력 관계를 쌓아왔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쟁의행위 금지 조건은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해 온 쌍용차 노사에게 사실상 무의미하다.

오히려 이 회장의 발언은 앞으로 쌍용차가 경영 정상화를 거치면서 정리해고가 진행될 가능성을 고려한 발언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그는 쌍용차 노조에 정리해고를 예상하고 미리 경고한 셈이다.

이럴 경우 그동안 쌓아온 쌍용차 노사 관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2009년 1월 법정관리 신청 이후 전체 임직원의 37%에 달하는 2646명을 정리해고한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후 노조는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파업에 들어가며 ‘쌍용차 사태’가 발생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사측의 회생 절차 신청과 관련해 입장문을 통해 “쌍용차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3년 단위 단체협약 조건의 경우 오히려 노노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쌍용차 노조가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면 앞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 노조에게도 임단협 교섭을 할 때 이 같은 제안이 빈번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그동안 임단협 교섭 주기를 두고 해외 사례처럼 매년하지 않고 수년에 한 번씩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그간 노동계의 반발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매년 임단협 교섭을 벌이고 있다.

앞서 한국GM은 지난해 노조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며 2년 주기 교섭을 제안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제안을 거둬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쌍용차가 3년 주기 교섭을 수용하려 할 경우 노동계 전체가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동걸 회장이 괜한 (노노 간) 분란을 일으킬 발언을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09년 쌍용차의 정리해고로 해직자와 가족 30여명이 세상을 떠난 쌍용차 사태의 비극은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의 ‘먹튀’로 촉발됐다. 이번 회생 절차 신청도 현재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무책임한 경영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의 비극은 반복돼선 안 된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