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너무 세"…연 17조 '리모델링 시장'으로 눈 돌리는 건설사
"재건축 규제 너무 세"…연 17조 '리모델링 시장'으로 눈 돌리는 건설사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1.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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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업지 2019년 말 37개 단지서 작년 말 54개 단지로↑
낮은 규제 강도·빠른 사업 속도에 대형사도 적극적 수주 검토
서울시 여의도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여의도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자 현대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17조원에 달했으며, 2030년에는 29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추진 중인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규모는 54개 단지 총 4만551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월 37개 단지 총 2만3935가구 대비 17개 단지 총 1만6000여가구 증가한 규모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작년 용인 수지와 수원 영통 등에서 20년 이상된 단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조합을 설립하면서 사업지가 늘어났다"며 "그러다 보니 시공사들도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외연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작년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 규모를 17조2930억원으로 추정했으며, 오는 2025년 23조3210억원에서 2030년 29조35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이 이끌어오던 리모델링 시장에서 최근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주택사업본부에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리모델링 사업 관련 인력을 충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9일 2280억원 규모 경기도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단독 수주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고 전담 조직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며 "괜찮은 사업지에 대해 관심 있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6년 이후 리모델링 사업 수주 실적이 없는 DL E&C도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DL E&C 관계자는 "1기 신도시와 서울 20년 차정도 된 아파트들이 최근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며 "그쪽을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을 비롯해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도 리모델링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중이다.

이처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관심이 커진 것은 정부 규제로 인해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합이나 시공사 모두에게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은 리모델링 사업의 매력도가 높아진 것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 수주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아무래도 먹거리가 줄어들다 보니 건설사들이 예전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리모델링 분야에도 발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상이 지나야 추진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15년만 넘기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안전진단 등급도 재건축은 최소 D등급 이하여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의 경우 B등급 이상이어도 가능하다. 도로나 공원, 녹지 등을 기부채납하지 않아도 되며, 임대주택 의무 건설이나 개발이익환수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기존 골조를 그대로 사용해야 해 증축에 한계가 있고, 세대수 증가도 15%로 제한되는 등 재건축보다 신규 주택 공급 효과는 낮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을 빨리 추진할 수 있고, 공공기여 의무도 적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서 장점이 있다"면서도 "재건축 사업에 비해 신규 주택 공급 효과가 낮아 공익적 측면에서 좋은 사업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