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정부와 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대비 과제
[기고칼럼] 정부와 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대비 과제
  • 신아일보
  • 승인 2021.01.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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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민 미래인공인노무사사무소 공인노무사·법학박사
 

작년 말부터 산업현장을 뜨겁게 달궜던 중대재해처벌법이 마침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동계는 기존 정치권 발의안에서 크게 후퇴한 ‘살인방조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기업의 경영의지를 꺾는 ‘과잉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입법과정에서 대부분의 관심이 처벌수위에 놓여졌다. 그러나 최초 발의안과 통과된 법률 간의 형사처벌 차이에 대한 기업들의 민감도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처벌의 대상이 되는 위반행위의 범위에 놓여 있다. 이것은 입법적으로 보면 범죄구성요건의 명확성에 관한 문제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영역과 그 의무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최초 발의안과 비교해 범죄구성요건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한 조치는 여전히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불명확하다. 이것은 사법기관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 높이고 수범자(受範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은 관계자들의 수용성 및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큰 여진(餘震)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안전 및 보건 활동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업무종사자, 재화·서비스 이용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이라는 기차는 출발했고, 1년 후면 산업현장에 도착한다. 이제는 남은 1년 동안 정부 및 기업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이행을 위한 조치사항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법시행 전에 범죄구성요건 명확성 원칙에 최대한 부합하는 대통령령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느 법률보다도 절대적이다. 과거와 같이 법원판결로 그 기준이 정립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과잉입법이라는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중대재해 발생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진부터 전체 임원·관리자들이 법률의 취지 및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 및 보건 업무는 더 이상 안전환경담당 부서만의 몫이 아니다. 생산에서부터 보관, 유통,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와 관계된 모든 부서가 총체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사회의 범죄화를 예방하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형사정책적 책무이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현장 내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지도와 지원을 선행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전사적인 계획 수립과 실행만이 사업장의 안전 및 보건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백현민 미래인공인노무사사무소 공인노무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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