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증시 호황 속 상장 기회 왔지만 '신중'…적정 평가 시점 고민
건설사, 증시 호황 속 상장 기회 왔지만 '신중'…적정 평가 시점 고민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01.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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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코로나19 상황 주시·'SK건설' 라오스 댐 사고 이후 무소식
한양, 하반기 기업공개 목표 주관사 선정·실사 등 필요 절차 추진 중
 

최근 국내 증시가 호황을 맞으면서 기업공개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동안 상장 후보군으로 거론돼 온 건설사들은 대체로 신중한 모습이다. 건설사들은 증시 호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위축 국면 속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느냐에 물음표를 달았다. 작년 상반기까지 기업공개를 추진했던 호반건설은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SK건설은 2018년 라오스 댐 붕괴 사고 후 미뤄뒀던 상장 계획을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12일 호반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다.

작년에는 2분기 중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계획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감염병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IPO가 보류돼 현재까지 똑같은 상황"이라며 "최근 증시가 좋은 것만으로 IPO를 추진할 수 없고, 회사의 가치평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도 꾸준히 건설업계 IPO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아직 구체화한 계획은 없다. 이 회사가 처음 IPO를 추진했던 지난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상장이 가시화하지 못했다. 

이후 이영훈 전 사장이 2018년 취임하면서 포스코건설의 IPO가 다시 추진되는 듯 했다. 이 사장은 2013년 포스코건설 부사장에서 포스코그룹 재무투자본부장으로 이동할 당시에도 포스코건설 상장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IPO 계획이 없다는 게 포스코건설의 공식 입장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작년에 실적이 좋았지만, 현재 IPO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9년 상장 가능성이 대두됐을 당시에도 구체화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언젠가는 IPO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현재 구체화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SK건설도 지난 2018년에 IPO를 추진했지만, 라오스 댐 붕괴 사고 여파로 상장을 미뤘다. SK건설은 라오스 사고 피해복구 관련 비용 560억원을 기타충당부채로 처리하는 등 사고에 수습에 집중했다.

SK건설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IPO 이야기는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기업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견 건설사 한양은 상장 작업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9년에도 증시 입성에 도전했던 이 회사는 작년에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다시 추진 중이다. 

한양 관계자는 "앞으로 실사도 예정돼 있고,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며 "현재는 초기 단계로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은 지난해 이기동 전 대림산업 주택사업실장과 박철 전 동부건설 건축사업본부장 등 대형사 출신 인재를 두루 영입한 데 이어 한국남부발전과 KB자산운용,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과 함께 전남 해남군 일원에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하며 친환경 사업으로 분야를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건설사들이 IPO에 나서기 적절한 시기로 분석한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건설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타 종목 대비 안전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각사의 IPO 추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건설업종 자체에 대한 전망이 나쁘지 않고, 일부 건설주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에서 제 값을 평가받기 좋은 상황"이라며 "타 업종 대비 코로나19 관련 리스크도 적어 안전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과 전세난으로 인한 신규 아파트 단지 청약 열기와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가 올해 IPO를 진행할 경우 시기는 적절하다고 본다"며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재 주가에도 이런 상승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전국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27.38대 1로, 2019년 평균 경쟁률 15.34대 1보다 높았다. 특히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76.97대 1로 지난 2002년 부동산114 통계 집계 시작 이래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