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가 필요한 이유
[기자수첩]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가 필요한 이유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1.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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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을 키운 반려견이 얼마 전 죽었다. 언제부턴가 식욕이 눈에 띄게 줄어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간암이었다. 길어야 한 달이라는 수의사 말대로 딱 한 달을 크게 앓다 떠났다. 열 살을 넘기면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는데, 가는 병원마다 진료비가 달라 지출 비용을 어림잡기도 힘들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진료비가 50만원인데, 길가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25만원이 훌쩍 뛰었다. 예상했던 진료비를 넘자, 추가 치료 진행 여부를 두고 지갑만 만지작거리다가 병원 문을 나서기도 했다. 퇴원 후 축 늘어진 강아지를 안고서 주머니 사정을 살피는 마음을 누구라도 들을까 겁났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 게 의료비다. 사람과는 달리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치료비를 제외하고서라도 각종 예방접종과 중성화, 검진 비용 등이 만만찮다. 

지난달 말 한국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동물병원 1회 평균 진료비로 8만3000원을 지불했으며, 이 수치는 지난 2019년 7만5000원과 비교했을 때 약 9.6% 증가했다. 또, 응답자의 80.7%는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은 반려동물보험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하다. 반려동물보험은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출시됐지만 당시 손해율이 100%를 웃돌자 대부분 철수됐다. 그러다 지난 2014년 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된 후 손해보험사들은 반려동물보험을 다시 내놨고, 현재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이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그런데도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등록 동물 수 대비 보험 가입률은 1.1% 수준이다.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 6% △영국 25% △스웨덴 40%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이처럼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이 낮은 원인에 대해, 한 보험 업계 전문가는 현재 반려동물 진료체계가 정비돼 있지 않아 진료비도 동물병원마다 제각각 책정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려인들이 동물병원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동물 진료 항목을 표준화해야 한다. 지난달 정부는 '2021년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동물병원 진료 항목을 표준화하고 관련 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해 다양한 반려동물보험 상품이 출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언급한 만큼 반려동물 양육 환경이 개선되길 기대해본다.

[신아일보] 최지혜 기자

choi1339@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