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종 집값 부추긴 '천도론'
[기자수첩] 세종 집값 부추긴 '천도론'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01.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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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규 건설부동산부 기자.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도를 옮기는 '천도'라는 개념은 익숙치 않을 것이다. 역사 교과서를 통해 각종 이해관계에서 오는 천도를 배워왔지만,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서울에서 수도를 옮긴 사례가 없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수도에 대한 천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서울에 집중된 중앙정부를 지방으로 분산하면서 서울과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이의 일환으로,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중 다수가 지방으로 이전했고,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기관도 지방으로 이전이 이뤄졌다.

천도와 정부 기관 이전에 있어 가장 영향을 크게 받은 지역은 단연 세종시다. 현재 정부 기관 중 다수가 세종시에 위치해 있고, 이와 관련해 세종시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1월부터 12월까지 42.2% 상승했다. 전국 상승률 7.1% 대비 35.1%p 높은 수치다. 작년 전셋값 또한 58.1% 오르며 전국 상승률 대비 51.6%p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정부가 하반기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이전 논의를 더욱 구체화하면서 상승률은 급격히 커졌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7월 전월 대비 6.53% 상승했고, 8월 9.2%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0.95%와 0.9% 오르며 상승세가 꺾였지만, 작년 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기록됐다.

전셋값도 하반기 들어 폭등했다.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1월 3.55%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8월 7.11%로 상승폭이 커졌다. 이후 9월과 10월에는 6%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12월에도 7.54%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세종시 집값 상승에는 정부가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이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문가들 또한 인구 유입으로 인한 정주여건 개선과 임대차법 시행 등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했다고 분석하면서도, 가장 큰 요인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올해도 행정수도 이전 호재가 이어지며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오름세를 보일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실효성은 당장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세종시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한 데는 정부 정책이 큰 영향을 끼친 모습이다.

'천도'와 함께 세종시 아파트값과 실수요자들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