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족쇄 갇혀"… 김창룡 청장에 질타 쏟은 여야
"스스로 족쇄 갇혀"… 김창룡 청장에 질타 쏟은 여야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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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안위, 정인이 사건 관련 정부 긴급현안질의 실시
경찰청장 "예방계 신설… 대응 능력도 갖추겠다" 연신 사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후 16개월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 대해 발언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후 16개월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 대해 발언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긴급현안질의를 실시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질타를 쏟으면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시에 국회의 자성도 나왔다.

행안위는 이날 오전부터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을 상대로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한 현안 질의와 대책 논의에 나섰다.

첫 질의에 나선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구할 수 있었던 정인이를 제도적 허점과 무지, 무관심으로 놓쳤다"며 "경찰 대응이 일원화되지 못한 데 이번 사고의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경찰에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음에도 대응 수사팀이 모두 제각각이었다"며 "학대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특성을 띠는 만큼 동일한 팀에서 연속 선상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게 상식"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경찰 출신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번 사건을 꼼꼼히 짚어보니 각 기관이 이른바 '핑퐁'을 하다가 보호자로부터 분리조치가 안 됐고, 범죄에 대한 확신도 못 가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1차 출동한 경찰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사소한 학대 징후라도 판단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덧붙여 "현장에 나간 경찰에 전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현재 시스템(체제)을 개선하지 않고는 근본적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대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이번 사건에 대해 입양 문제로 보는 문재인 대통령 인식에 대해 놀랐다"며 아동학대 수사 지침의 체계화를 주문했다. 또 "아동학대 수사는 신고 출동 전에 조치가 중요하다"며 "신고 이력 조회와 학대 우려 가정 여부 확인만 있었어도 이런 사건은 안 생기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나아가 이용구 법무부 차관 음주폭행 사건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지금 양천경찰서 문제도 그렇게 이 차관, 박 전 시장 수사 문제 다 부실하다"며 "이제 검찰 족쇄를 벗어나 수사 주체로서 활동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경찰 스스로가 족쇄에 가둬버리는 상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김 청장은 이날 자리에서도 연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청장은 다만 "아동·노인 학대 등 학대 범죄 전반에 대해 대응할 학대 예방계를 신설해 운영할 것"이라며 "현재 신고자 기준으로 관리되는 아동학대신고 관리 시스템을 피해자 기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 청장은 더불어 "출동한 경찰관이 조기에 학대 범죄를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법·제도 개선과 함께 현장 경찰이 징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정인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16개월 여아가 사망한 사건이다. 머리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한 의료진이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지난해 정인 양이 아동 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는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