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시대, 씁쓸한 게임사 '돈잔치'
[기자수첩] 코로나시대, 씁쓸한 게임사 '돈잔치'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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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송창범 기자
산업부= 송창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가 게임사에겐 오히려 이미지 전환의 계기가 됐다.

게임은 ‘게임중독’ 질병 취급을 받을 만큼 논란이 뜨거웠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지구를 엄습해 온 이후 논란은 잠잠하다. 반대로 현재는 없어서는 안 될 소비자의 주요 여가 생활로 자리 잡았다.

재택과 온리인수업 일상화에 홀로 감금(?)된 시간이 많아지면서 게임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사라졌다. 코로나19 시기, 이제는 ‘게임 효과’를 운운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게임사들은 최대실적을 모두 갈아치울 태세다. 게임 빅3인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각각 연매출 3조원, 2조5000억원, 2조원 돌파가 확실하다. 스마일게이트는 1조 클럽에 가입한다. 게임빌 마저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다시 기회를 잡았다.

이런 성과에 게임사들은 지난 연말 돈잔치를 벌였다. 엔씨소프트는 4400명 전직원에게 1인당 200만원씩 지급했다. 총 100억여원을 사용했다. 넥슨은 20년 이상 회사를 다닌 직원에게 1000만원씩 지급했다. 해당직원은 14명으로 알려졌다. 스마일게이트도 2800여명 직원에게 150만원씩 지급했다. 총 40억원을 풀었다.

좋은 실적을 낸 만큼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것은 좋은 제도다. 분명 본 받을 만 하다.

다만 타이밍이 아쉬웠다. 매년 진행하는 성과급 제도라지만,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란 특수 상황을 감안했어야 했다.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은 문을 닫아가며 죽어가는 판국에 한쪽에선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돈잔치 보도가 줄을 이었다.

코로나19로 게임 이미지가 전환된 것처럼 세계질서도 이젠 ‘공존’해야만 살 수 있는 시대로 완전 바뀌고 있다. 바로 ‘사회환원’이다.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돌려주는 일. 게임사는 벌어들인 수익만큼 사회환원도 실천했을까.

엔씨소프트는 올해 누적 150억여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도 매출 1조원 달성을 기념해 최근 100억원의 특별 기부금을 출연했다. 넥슨은 지난해 130여억원을 기부했다. 이외에도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봉사를 많이 한 것은 안다.

하지만 이제 게임사들도 이미지 전환에 성공한 만큼 마인드 자체도 고급스러워져야 한다.

2020년 재계 순위로 넥슨은 42위, 넷마블은 47위다. 이미 대기업 그룹 반열이다. 올해 게임시장 규모가 더 커지면 순위는 더 올라간다.

게임만 하다가 덩치만 큰 어른이 될 것인지, 게임을 통해 마음에 살을 찌우는 어른이 될 것인지는 게임사 선택에 달렸다. 올해만큼은 직원에게 지급할 성과급을 직원 개인의 이름으로 기부해주는 센스를 보여주길 바란다. 씁쓸한 돈잔치가 아닌 뜨끈한 돈기부 말이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