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생색에 법안 남용까지… 국회 '품앗이·실적쌓기' 점입가경
뒷북·생색에 법안 남용까지… 국회 '품앗이·실적쌓기' 점입가경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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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처벌법 30건 계류 중인데… 정인이 사건 후 7개 추가
'무차별' 법안 발의에 심의 시간 대폭 감소… 품앗이도 여전해
(왼쪽)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오른쪽)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만 16개월 정인이 사건을 애도하며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여주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왼쪽)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오른쪽)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만 16개월 정인이 사건을 애도하며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여주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인이 사건 후 국회가 뒤늦은 대응에 나서자 뒷북·생색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나아가 입법 품앗이와 무차별적 실적 올리기 행태는 더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체질 개선까진 깜깜한 실정이다.

먼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7일까지 아동학대 관련 법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이번 임시국회 안에 일부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지난 2일 사회적 공분을 부른 정인이 사건 후 아동학대 방지에 조속히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각 의원실에서 심도 없이 법안을 쏟아내고 있고, 서로 간에 밀어주기 위한 입법 품앗이 관행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은 6일을 기준으로 총 124건이다. 이 가운데 대안반영폐기와 원안가결한 16개를 제외해도 108건이다. 대부분 아동학대 관련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지만, 정인이 사건이 불거진 후 국회에선 7개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새로 발의됐다. 지난해 12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가 임박하자 여야가 앞다퉈 '조두순 방지법'을 찍어냈을 때의 현상이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

또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지난해 5월 30일 개원한 후 같은 해 말까지 발의한 법안은 총 6463건이다. 같은 기간 20대 국회에선 4258건, 19대 국회는 2716건의 법안이 나온 바 있다. 현 의회가 전방위적으로 법안을 쏟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데, 실적을 올리기 위한 의원 간 품앗이가 원인이란 질타가 나온다. 실제 정인이 사건 전 나온 법안에 동의했던 일부 의원은 사후 나온 또다른 법안 발의에도 동참하는 행태를 보였다.

(자료=국회 미래연구원)
(자료=국회 미래연구원)

여기에 더해 건수를 올리기 위해 지난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안을 갖다 붙이는 돌려막기와 건수 올리기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의정활동 임기 말이면 일부 정당은 의원 평가를 실시해 다음 국회에서의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여부를 고려하는데, 실적이 있어야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 79조는 '의원은 10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2003년 2월 4일 개정 전까진 20인 이상으로 돼 있었지만, 입법 문턱을 낮추려는 기준 완화가 법안 남용 폐해를 부추긴 것이다. 보좌진 안에서도 '질적인 부분이나 독소조항 상관없이 숫자 올리기만 만연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양적 부분에만 혈안이라는 것이다.

실제 아니면 말고식 과잉 입법이 점입가경에 이르자 질적인 면에선 부작용이 나타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일일 법안 발의 건수 평균이 19대 국회 12.6건에서 20대 국회 18.7건, 21대 국회에선 29.9건까지 올라가면서 상임위원회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상정 법안당 평균 심사 시간도 줄고 있다.

국회 미래연구원에 따르면 법안소위 상정 법안은 17대 국회에서 2536건이었고, 평균 심사 시간은 22.7분이었다. 이후 △18대 국회 8376건, 19.3분 △19대 국회 9836건, 17.9분 △20대 국회 1만2224건, 13.1분으로 해마다 심사 법안은 늘고 심의 시간은 줄고 있다. 특히 20대 국회에서의 상정 법안당 평균 심사 시간을 보면 사실상 글씨만 읽고 넘긴 셈이다.

21대 국회에선 더욱 심화할 기세를 보이고 있어 질적 평가에 대한 기준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