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차라리 외면하기를
[e-런저런] 차라리 외면하기를
  • 신아일보
  • 승인 2021.01.06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난전화가 너무 많아 힘들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잃어버린 A씨가 장난전화 피해를 호소했다. 실종된 아들을 한시라도 빨리 찾고 싶은 마음에 공개수사로 전환을 했지만 오히려 장난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8일 아들과 함께 고양시 평화누리길 행주산성 둘레길로 산책을 나섰다. A씨의 아들은 어머니를 앞서가 숨는 놀이를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어느 순간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실종 지점 산책로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지만, 아들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A씨는 수사에 진전이 없자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기로 하고 전단지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하지만 아들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장난전화로 좌절됐다.

누군가는 “아들은 이미 죽었다”는 악담을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당신이 아들을 죽인 것 아니냐”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해 A씨는 사람들에 대한 온전한 믿음도 내려놔야 했고, 전단지에서는 A씨의 전화번호가 삭제됐다.

도대체 이들은 왜 타인의 불행에 또 다른 절망을 보태는 것일까. “아들이 죽었다”는 전화를 그저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당사자의 고통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컸을 것이다.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한파 속에서 소식 없는 아들을 기다리는 심정을 헤아릴 수 없다면, 그 막막함에 공감할 수 없다면 차라리 사건을 외면하기 바란다. 온종일 제보만 기다린 이에게 한통의 전화는 목숨만큼이나 귀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권나연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