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전세 대란
[e-런저런] 전세 대란
  • 신아일보
  • 승인 2021.01.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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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사 계획이 있는 사회초년생 A씨는 최근 서울에 방을 구하러 다니다가 전세 대란을 실감했다.

원룸 또는 투룸, 오피스텔 등 혼자 지내기 괜찮은 전세방의 정보를 얻으려 부동산을 찾았으나 연신 매물이 없다는 말만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의 활동 반경 등을 고려해 서울 어느 지역에 살 것인지 미리 정했고 예산을 짜 그 지역 위주로 인터넷을 통해 방 정보를 살펴왔다. 그러다 이사할 때가 다가오자 서서히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막상 현장을 살피자 금액만 맞춰지면 방은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조각이 나버렸다. ㅇㅇ구 한 부동산에 들른 A씨는 원룸이고 투룸이고 오피스텔이고 지금 전세 매물이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예산을 올려서 불렀어도 돌아오는 답은 비슷했다.

아파트 역시 매물이 안 나오고 있다는 게 부동산 측의 말이었다. 나홀로 아파트 소형짜리 하나 나온 게 있긴 한데 그것도 지금 예약을 받고 방을 보여주는 상황으로 눈독 들이고 있는 사람이 많아 이사 날짜 등이 확실히 잡혀야 본격적으로 중개를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부동산도 “월세는 많은데 전세는 보여드릴 매물이 없다. 그렇다고 올 전세를 끼고 있는 건물의 방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않느냐. 죄송하다”며 이해를 구했다. 세 번째 들른 부동산 역시 비슷한 취지의 말을 건넸고 그곳의 중개업자는 차라리 옆 동네로 가볼 것을 권했다.

이에 A씨는 옆 동네인 ㅇㅇ구로 이동했다. ㅇㅇ구에 살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대략 매물과 시세 정도만 참고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지역 역시 매물이 없었다. 있다고 해도 10년 넘은 방으로 부동산에서 굳이 선호할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고 주택이고 오피스텔이고 지난해 7월 시행한 임대차 3법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그야말로 전세 씨가 마른 형국이다.

이들 중개업자들은 하나같이 “부동산 정책이 확실히 영향을 미쳤다. 특히 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은 다주택자들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의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말로만 듣던 전세 대란을 잠시나마 겪은 A씨는 이사 갈 지역의 범위를 넓히는 등 애초보다 더 다각적으로 경우의 수를 세우게 됐다.

주택 시장이 예사롭지 않긴 한듯하다. 예전 같으면 방을 골라서 들어갈 판에 이제는 돈을 더 주고도 들어갈 곳이 없으니 참 희한한 상황이다.

대부분이 혀를 내두르고 있는 의문의 부동산 정책, 올해 정부가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