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년특집] ‘바이든 시대’ 개막… 한반도 변화의 바람 분다
[2021 신년특집] ‘바이든 시대’ 개막… 한반도 변화의 바람 분다
  • 한성원·이상명 기자
  • 승인 2021.01.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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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돌아왔다”고 천명한 조 바이든 시대가 곧 문을 연다. ‘동맹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우리나라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대중 정책의 변화로 인한 주변 정세와 당장 급한 방위비 문제 등의 난제가 쌓여있다.

 

◇ '정치 9단' 바이든, 그는 누구인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쳐왔다. 백악관의 새 주인 바이든, 그는 누구인가.

바이든은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재직했으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제47대 부통령을 지냈다. 78세의 나이로 불굴의 의지를 발휘해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를 꺾고 미국의 새 대통으로 당선된 바이든 당선인. 바이든과 바이든의 조력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바이든의 여동생이자 정치적 동반자 역할을 해왔던 발레리 바이든 오언스와 캘리포니아 검찰총장, 법무장관 출신이면서 흑인 최초 부통령 지명자인 카멀라 해리스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발레리 바이든을 ‘조 바이든 대선 캠프의 실세’로 지목한 바 있다.

또 78세의 바이든 당선인보다 22세 연하인 해리스 연방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최초의 여성 부통령, 최초의 흑인 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이 외에도 힐러리 클린턴이 바이든 정부의 실세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힐러리는 바이든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패배했으면서도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경선 패배 직후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리더십 부족을 경험했다. 이번 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른 이유가 그것에 있다. 바이든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바이든을 추켜세웠다.

다만 바이든 정권의 최고 실세 중 베스트는 같은 당의 전직 대통령인 오바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대통령 선거 유세 시 미 전역을 오가며 그를 위해 연설을 했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8년간 부통령을 하면서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이기도 하다.

‘보텀업’ 소통 방식을 선호하는 바이든 당선인은 각국 정상 간 외교를 선호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된다. 즉흥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한미 외교에도 다양한 협의 절차를 거치며 합의에 이르기 위해 오랜 시간을 소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 트럼프는 잊어라… “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8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새 정부 보건 분야 책임자들을 발표했다. 이날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후 첫 정책과 관련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마스크를  착용하고 백신을 접종한 뒤 학교를 개방하는 것이 취임 직후 100일간의 핵심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취임 이후 100일 동안 나와 새 정부는 코로나19라는 이 질병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월3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는 막을 내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쳐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등으로 촉발된 반 트럼프 세력의 잦은 시위 등을 겪으며 대선을 치렀지만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선거가 끝났음에도 유례없는 대선 불복 행보를 이어가며 각종 소송전을 펼쳤지만 백악관을 사수하지는 못했다.

2021년 1월 바이든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은 철저히 지워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맞서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친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국들과 국제적 연대를 통해 세계 최강국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회복하겠다고 천명했다. 트럼프가 선택한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다자주의’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및 경제 문제, 기후 문제 등 산적한 과제들을 정면 대응해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특히 경제 문제는 재정 투자를 늘리고 제조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공의료보험 강화와 부자 증세 등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중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선택한 ‘전략적 인내 2.0’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대북·대중 정책 어떻게 바뀌나… 요동치는 한반도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의 힘을 드러내는 데 급급했던 트럼프의 ‘보여주기’식 외교와 달리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바이든은 특히 대북 정책에 있어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를 철저하게 따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실속 없는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반면 바이든은 김정은을 향한 성과 없는 ‘러브레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바이든의 발언 속에는 트럼프와 다르게 북미 외교를 비롯해 관련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실리’를 철저하게 계산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바이든이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냈고, 36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에 잔뼈가 굵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압박’이 주 키워드였다. 바이든은 오바마 정부 시절의 부통령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내 정치경제 상황을 정상화·안정화 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된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자주 삐걱거렸던 한미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한편 동북아 외교에서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그동안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대립해왔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조나 정책 방향은 크게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확실히 트럼프 정권 때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동맹관계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은 미국을 상대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고립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 방위비 등 난제… 한미동맹이 나아가야 할 길

그간 바이든 당선인이 전통적인 동맹관계 회복 의지를 밝혀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권 교체는 한국에 기회가 될 여지가 있다. 외교가에서는 동맹을 거래 상대로 여기며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로 외교 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던 트럼프 대통령 때와 다른 상호 호혜적이며 안정적인 한미관계를 기대한다.

오랫동안 이견을 좁히지 못해 양국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한 과제들도 바이든과는 원만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대표적이다. 방위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한 인상을 고집하며 한미 실무급이 도출한 잠정 합의안을 거부한 이래 교착 상태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상 압박을 ‘갈취’로 규정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취임 후 방위비 협상이 양국 모두 수용 가능한 선에서 신속히 타결될 여지가 충분하다. 한국 정부는 이들 과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협력관계가 발전하고 한미 간에 신뢰가 쌓이면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 등 한국의 관심 의제에 더 귀를 기울이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정치에서 ‘무임승차’는 없다. 방위비 협상으로 예산을 절약하는 대신 한국은 미국이 강조하는 ‘가치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이 한중 관계를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하고 부당한 행동들을 지적하는 반중(反中) 전선 연대에 동참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이것이 바이든 시대 한미동맹이 가치동맹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이며, 5배의 방위비 인상을 주장했던 트럼프 시대와 다른 행보일 수 있다.

[신아일보] 한성원·이상명 기자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