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혁신 내세운 '제판분리'…명확한 계획 있어야
[기자수첩] 혁신 내세운 '제판분리'…명확한 계획 있어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1.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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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할 때면, 새로 산 다이어리 첫 장을 곧게 펴 놓고 신년 계획을 세우곤 한다. 소박한 목표부터 거창한 목표까지 주욱 써 내려가다 보면 연말에는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의지가 차오르곤 한다.

신년을 맞이한 보험업계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제판분리'다. 제판분리란 보험사가 보험상품에 대한 개발과 판매 기능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원수사는 보험상품을 개발(제조)하는 데 집중하고, 판매는 외부 법인으로 별도로 분리하는 것이다.

먼저 제판분리 불씨를 댕긴 것은 미래에셋생명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1일 전속 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로 이동 시켜 판매 채널을 분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생명 상장과 PCA생명 합병을 주도한 보험 전문가 하만덕 부회장은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로 이동도 마쳤다.

뒤이어 한화생명도 지난달 18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판매 전문회사를 설립해 제판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생명 전속 설계사는 약 2만여 명으로 미래에셋생명보다 더 큰 규모다.

보험업계가 제판분리라는 카드를 꺼내게 된 것은 GA로의 설계사 이탈을 막고,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속 설계사의 경우 한 회사의 보험상품만 판매하지만, GA 소속이 되면 모든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어 고객에게 더 적합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또, 오는 7월부터 보험설계사에게 적용되는 고용보험에 대한 비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수사는 보험 판매에 드는 비용 부담을 덜고, 신상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보험사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화생명이 임시 이사회를 연 당일 한화생명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판분리 추진을 반대했다. 노조는 제판분리 시 지점에 있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대규모 인력이 이동되는 사안을 제대로 된 파일럿테스트 없이 진행한다면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열한 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변화의 시도는 필요하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보험사 제판분리를 진행한 바 있지만, 국내에서 시도는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와 걱정이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선, 내부의 단단한 결속이 필요하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통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을 때,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도전일수록 단단한 토대가 필요한 셈이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