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된 지 1년이 됐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각국으로 퍼져나가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는 ‘K방역’ 기치를 내걸고 방역을 강화하며 한때 성과를 보였으나 뒷심 부족으로 지금은 코로나 재창궐을 바라보고 있는 형편이다. 코로나19로 사람 간 접촉은 최소화됐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생활에 벽을 치면서 기존 대면 활동은 비대면으로 옮겨졌다.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보급 중이나 아직 완벽한 효과를 입증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2020년은 코로나19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의 흔적을 다시 짚어보고 미래를 예상해봤다.
◇ 전 세계 8천만명 확진… 거리두기로 멈춘 일상
지난해 12월30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잠식하며 1년 만에 8100만명의 확진자, 180만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한국에서는 지난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2월18일 대구의 한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온 후 이를 고리로 한 감염이 번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이틀 뒤인 2월20일에는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대구·경북지역에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연일 쏟아졌고 급기야 2월29일에는 대구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 909명이 발생하는 극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정부는 이 사태를 ‘1차 대유행’으로 정하며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전염병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사람 간 거리를 유지하자는 캠페인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제안했다.
정부와 국민의 거리두기 노력으로 4월에는 대구·경북지역에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게 됐다. 잠잠했던 코로나는 5월 말 다시 고개를 들었다. 4월30일 석가탄신일부터 5월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코로나19가 재발했다. 연휴 기간 서울 이태원에 있는 클럽을 다녀온 청년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게 화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클럽 외 물류센터, 종교시설 등 5~6월 수도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단감염이 터졌다. 수도권 지역에서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 안팎으로 나오자 정부는 “수도권에서 2차 유행이 진행 중”이라며 경계했다.
정부는 국민에게 경각심을 당부하는 한편 거리두기 실천을 3단계로 세분화하는 등 공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거리두기를 위한 비대면 회의, 원격수업, 모임 자제, 시설 영업 중단 등 각종 대책이 마련됐다. 일상이 멈추다시피 한 강력한 조치였다. 8월15일 광화문 집회로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으나 계속된 거리두기 공세로 막을 수 있었다. 특히 추석 연휴(9월30일~10월4일)와 핼러윈데이(10월31일)를 무사히 넘긴 게 다행이었다.
정부는 안정세를 이어가려면 겨울철 방역이 중요하다고 보고 지속가능한 방역체계 도입을 위해 거리두기를 기존 3단계에서 5단계(1.5단계, 2.5단계 신설)로 세분화해 11월7일부터 적용했다. 또 지역별로 단계를 정하도록 했다.
◇ 한국, ‘3차 대유행’ 위기… k방역 위상 어디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의 국내 상황은 11월 중순부터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11월14일 노동자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노동자 집회 이후인 15일부터 30일까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00~500명대로 등락을 거듭했다.
확진 규모는 12월에 와 더욱 커졌다. 12월 초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400~600명대로 늘어났고, 전체 확진자의 80% 이상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정부는 이러한 12월 상황을 ‘3차 대유행’으로 규정했다.
방역 강화 차원에서 12월8일부터 28일까지 수도권 거리두기를 2.5단계(비수도권 2단계)로 격상하기도 했다. 단계를 격상했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하루 600~1200명대를 오가는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12월13일에는 처음으로 1000명을(1030명) 넘어섰고, 12월16일에는 1078명, 12월20일에는 1097명이 발생하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12월25일에는 무려 124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계속된 확산세에 일각에서는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지만 정부는 단계 격상 시 나타날 사회·경제적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 결국 12월27일 기존 조치 중인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는 2~3월, 5~6월, 11~12월 등 3차례에 걸쳐 대유행 흐름을 만들어왔다.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 세분화 등 조치로 방역을 강화하며 확산을 막았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때문에 K방역의 위상도 전진과 후퇴를 오가며 애매한 모양새가 됐다. 한국은 지금 코로나19 ‘3차 대유행’ 위기가 진행 중이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고 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암담한 현실은 최근 미국이 백신을 내놓으면서 미약하나마 희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2021년에는 백신 접종 대중화에 따라 밝았던 시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비대면 시대로의 전환… ‘초연결’ 사회 빨라졌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됐고, 손씻기 등 개인 방역이 일상생활에서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학교 수업은 온라인 강의로 진행됐고,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도 늘어났다. 또 직접 마트나 시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생필품이나 먹을거리를 주문하고, 배달앱을 이용해 식사를 해결하는 가구가 증가했다.
‘비대면’이라는 단어는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해졌지만, 시행 초기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온라인 강의는 녹화된 강의를 재생하거나 문서화 된 수업자료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됐기에, 학생-선생님 간 쌍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스템은 보완됐고, 학생과 선생님들은 새로운 형태의 수업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을 넘어 학생 주도의 토론·발표 수업도 가능해졌다. 등교수업과 비교하면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업의 근무 방식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근무 시간대를 조정하는 탄력근무는 물론, 재택·원격 근무에 돌입하는 기업이 급증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1월 직장인 74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재택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 수준인 53.9%에 달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왕래에 제약이 생기면서 일부 회사는 화상을 통해 국외기업과 업무를 논의하거나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얼굴을 봐야 일이 된다’는 인식에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이렇듯 비대면 체제로의 전환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어디든 접속하고 누구와도 연결할 수 있는 ‘초연결사회’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했다. 일상에 많은 제약을 가져온 코로나19가 아이러니하게도 시·공간적, 나아가 국가적 장벽을 사라지게 한 셈이다.
◇ 백신접종 움직임… 코로나19 극복 ‘희망을 쏘다’
코로나 팬데믹에 전 세계 사람들이 공포를 느낀 가장 큰 이유는 ‘치료제로 백신도 없는’ 바이러스라는 것이었다.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고 평가해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치료제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전 세계 확진자와 사망자의 증가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이에 수많은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고,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온테크가 함께 개발한 백신,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 임상 3상에서 90% 이상의 효과를 나타냈다.
이외에도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개발 성공 소식이 이어지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백신의 첫 접종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은 지난 12월8일(현지시간) 의료진과 80세 이상 노인을 우선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미국과 캐나다도 12월14일 화이자 백신의 접종 바통을 이어받았다. 유럽연합(EU)은 12월27일 회원국 4억5000만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한국도 2월 접종을 목표로 백신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계약을 완료한 백신 물량은 3600만명분(화이자1000만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백신 계약 진행 여부와 도입 시기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3월에 국내에 들어오는 게 확실하다. 여러 절차와 경로를 통해 보장받고 있다”며 “정부의 진행 과정을 신뢰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아일보] 이인아·권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