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땜질' 입법 올해도 기승?… 대책 없이 또 보여주기식
'졸속·땜질' 입법 올해도 기승?… 대책 없이 또 보여주기식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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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계-노동계 갈등에 반쪽 그칠 판
아동학대 논란 또 터지자… '정인아 미안해' 뒷북 입법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법 관련 중소기업단체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으로 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문'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법 관련 중소기업단체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으로 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문'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의 졸속·땜질 입법이 올해도 기승을 부릴 태세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은 이견 때문에 반 쪽 처방으로 끝나거나 편파 논란을 부를 공산이 커졌고, 정인이 사건에 대해선 강경 처벌법 마련을 예고했지만 이번에도 눈치보기식 입법에 급급하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먼저 4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올해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해기업처벌법은 각계·각층의 입장이 다양하고 쟁점도 적지 않지만 두 차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진척시켜 왔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재해기업처벌법을 이번 주에 처리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필수노동자 보호의 첫 걸음이 될 생활물류법도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입법이 시급하다"며 "1월 8일 본회의에서 재해기업처벌법과 생활물류법 등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올해 국회가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5일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에서 빨리 진척이 되면 8일 통과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행상 시급한 사안에 대해선 원내대표 간 합의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지만, 법사위에서의 합의 심사를 본회의 통과 전제로 단 것이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와 부대표단, 의원들이 4일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동조단식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김종철 대표와 부대표단, 의원들이 4일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동조단식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이 법안 심사 지연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린 것은 제정법이라는 특성상 쟁점이 많기 때문으로 읽힌다. 기업과 노동계 사이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야당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입법 강행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에선 같은 날 김 원내대표와 법사위 소속 송기헌 의원 등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과 중소기업단체 간담회를 열었지만,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반면 정의당은 입법을 촉구하면서 김종철 대표가 강은미 원내대표에 이어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상황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작 협상 대상인 국민의힘과는 접촉점을 늘리지 않은 상황이다. 나아가 재해기업처벌법은 물론 옵티머스·라임 자산운용에 대한 피해 보상과 낙태죄 대안 입법 등 지난해부터 주어진 숙제는 현재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은이 사건으로 아동학대 문제가 또다시 터져나왔고, 이 역시 뒷북 수습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이 서회적 공분을 부르자 민주당에선 노웅래 최고위원이 '정인아 미안해'라는 보도자료를 내놓고, 형량을 2배로 높이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무관용 3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이 사망에 이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권고 형량은 징역 4~10년이다. 노 최고위원은 나아가 음주운전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알리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정인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법·제도 정비는 물론 시스템(체제) 측면에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국가는 왜 필요하고 정치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단체라도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만 16개월 정인이 사건을 애도하며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만 16개월 정인이 사건을 애도하며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