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까지 등판 시사… 당선은 될 거 같은데 경선 깜깜한 후보들
나경원까지 등판 시사… 당선은 될 거 같은데 경선 깜깜한 후보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0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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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역할해야 하지 않나… 사랑 받도록 노력" 출마 운 떼
나경원·김종인, 안철수와 선긋기… 단일화보다 당내 흥행 군불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시사하면서 야권에선 본선보다 경선 돌파가 깜깜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경우 당내 후보 선출을 지양, 판세 형성에 대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는 동력을 잃는 분위기다.

나 전 의원은 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여러 가지 정치적인 면에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가장 중요하고 먼저 다가온 일이 서울시장 선거이고, 그 선거부터 많은 국민에게 사랑을 받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선거 출마 운을 뗀 것으로 읽힌다.

현재 국민의힘은 오차범위 안에서 근소하게 더불어민주당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같은 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12월 5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4%포인트 내린 30.4%다. 민주당은 지난 조사보다 0.4%p 오른 29.7%를 기록했다. 0.7%p 차이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 중이지만, 여전히 국민의힘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역별로는 서울(30.8%), 대전·세종·충청(30.7%), 강원(41.7%), 부산·울산·경상남도(40.0%), 대구·경상북도(35.4%)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았다. 중도층 역시 야권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야당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높지만, 당내 후보 속출로 경선이 본선보다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불출마 노선을 타던 나 전 의원이 경선 가담을 예고하면서 각축전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경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4·7 재·보궐 선거 관련 질문에 대해 "국민의힘 대표로 있는 사람으로서 국민의힘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게 책무"라며 "당 안에서 후보자가 7~8명 내지는 10명까지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부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지 못한다"며 "일단 모두 출마자로 보고 우리가 정한 룰(규칙)에 의한 경선 과정을 거쳐 걸러내면 가장 좋은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 입장에서도 서울시장까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안 대표다. 이 때문인지 나 전 의원도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날도 안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안 후보가 출마하면서 단일화를 하겠다고 말씀은 하셨는데,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며 "정말 단일화를 끝까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런 걱정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반문재인 연대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면서도 안 대표 선호도가 높은 것에 대해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조금 지나면 자랄 수 있는 후보를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 대표는 최고위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자고 말씀드렸다"며 "또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분이 비전(목표)·정책 경쟁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소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서울시장 경선 규칙부터 만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재보선기획단은 오는 7일 회의에서 경선 규칙과 일정을 논의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선 서울시장 선거 경선 규칙을 먼저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서울시장 후보군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나 박주민 의원은 출마 고심이 길어지면서 불출마 관측까지 나오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유동성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후보 밀어주기 양상도 보이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는 우상호 형에게 아주 적극적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며 "제게도 시장 출마를 얘기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때마다 '제 마음 다 실어서 우상호 의원을 지지한다'고 말한다"고 피력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