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수장 바뀐 식품업계, 새 판 짜고 혁신동력 찾는다
[신년특집] 수장 바뀐 식품업계, 새 판 짜고 혁신동력 찾는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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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CJ, 대대적 쇄신 코로나19 위기 딛고 변화 의지
이영구 식품사업 재건 과제, 박윤기 실적정체 음료 출구 찾기
최은석 미래시장 주도 상품 육성, 송현석 B2C 영업력 강화

롯데와 신세계, CJ 등 대기업 계열 식품기업들이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수장들을 대거 물갈이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새로운 경영자를 맞이한 식품기업들은 신축년 새해 코로나19를 딛고 또 다른 혁신을 예고하며,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BU장(좌)과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우). (제공=각 사)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BU장(좌)과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우). (제공=각 사)

◆정통 롯데맨 이영구, 실적개선 급선무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 롯데GRS(지알에스) 등 주력 식품·외식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얼굴들을 싹 바꿨다. 롯데 식품사업을 총괄하는 식품BU(Business Unit)장에는 이영구(59) 롯데칠성 사장을 승진 보임시키며 식품 전반에 대한 변화를 주문했다. 

이영구 BU장은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한 이후, 30년 이상 롯데맨으로 몸담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롯데칠성 음료부문 대표를 맡으며 꾸준한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지난해엔 통합 대표를 맡은 후 음료·주류 부문의 중복 투자부분을 대거 통합하고 과감한 비용절감으로 수익성을 높인 결과, 주류부문은 2017년 이래 15분기 째인 지난해 3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신 회장은 이 같은 성과를 롯데 식품사업 전반에 확산하고자 이 BU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한 경쟁기업은 지난해 큰 폭으로 실적이 상승했지만,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 등은 오히려 전년보다 역성장(3분기 누계 기준)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 BU장은 신 회장이 누차 강조한 뉴노멀 시대에 그룹 식품사업이 다시금 반등할 수 있도록 계열사의 새 먹거리 발굴과 경영 효율성 제고를 중점적으로 살피며 올해 실적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BU장에 이어 롯데칠성 수장 바통을 이어받은 박윤기(51) 대표는 국내 1등 음료기업으로서의 실적 회복이 급선무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1조75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가량, 영업이익은 20%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음료사업 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사진 왼쪽부터)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 차우철 롯데GRS 대표. (제공=각 사)
(사진 왼쪽부터)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 차우철 롯데GRS 대표. (제공=각 사)

박 대표는 주력인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건강과 내식(內食) 트렌드에 맞는 영업전략 수립, 신상품 개발 등에 나서는 한편, 시장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주스와 경쟁이 심화된 커피·생수 사업에서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류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외형과 내실 모두 부족한 부분이 많다. 클라우드 맥주와 처음처럼 소주의 시장 점유율 제고가 시급하다. 

롯데푸드를 이끌고 있는 이진성(52) 대표는 동원F&B, CJ제일제당 등을 거쳐 롯데미래전략연구소와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를 다년간 겸임했다. 7년 가까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한 미래전략연구소장을 맡으며, 롯데푸드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적임자로 낙점 받았다.

롯데푸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조3226억원으로 3.4% 줄었다. 영업이익은 7% 감소한 483억원에 그쳤다. 주력인 유지식품과 빙과가 각각 외식 침체와 시장 축소로 성장이 쉽지 않은 만큼 이 대표에겐 새로운 동력 발굴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가정간편식(HMR)과 식물성식품(Vegan, 비건), 케어푸드(환자식) 등 성장 가능성이 큰 품목군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차우철(53) 롯데GRS 대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외식사업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롯데리아·엔제리너스 등 대표 브랜드들의 부진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줄어든 5201억원에 그쳤다. 차 대표는 브랜드별 수익성 제고에 노력하는 한편, 외식 주문 통합 애플리케이션 ‘롯데잇츠’를 중심으로 비대면 영업을 강화해 출구를 찾아야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식품 계열 수장들은 50대 초반의 젊은 CEO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위기 돌파를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통 최은석, 그레이트 CJ 선도 임무
이재현 회장은 정기인사를 통해 최고 실적이 예상된 CJ제일제당은 물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CJ프레시웨이와 CJ푸드빌 수장을 모두 바꾸며 ‘변화’를 강조했다. 새로 바뀐 CJ 식품 수장들은 모두 50대 초중반으로 젊고, 전략수립과 재무관리 등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석(54) CJ제일제당 대표는 그룹의 대표적인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CJ와 네이버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앞서 2018년에는 미국의 식품기업 슈완스, 2011년에는 대한통운 인수를 총괄하는 등 CJ그룹의 미래 동력 발굴을 전담해 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코로나19를 뚫고 역대 최고 매출인 24조원(연결기준)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최 대표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초격차 확보를 위한 밑그림을 차근차근 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취임하자마자 직속으로 브레인 역할을 하게 될 ‘식품전략기획실’을 신설했다. 식품전략기획실은 제일제당의 새 성장 동력을 찾고, 미래 전략 수립에 주력한다. 

최 대표는 80년대생 임원에게 전략 총괄을 맡겨 햇반·비비고에 못지않은 미래 식품시장을 리드하는 핵심 상품을 발굴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바이오·조미소재 등에서의 성과 창출로 이 회장이 평소 강조한 ‘그레이트 CJ’를 선도하도록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정성필(54) CJ프레시웨이 대표와 김찬호(50) CJ푸드빌 대표는 실적 개선과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사진 왼쪽부터)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제공=각 사)
(사진 왼쪽부터)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제공=각 사)

식자재 공급과 단체급식이 주력인 프레시웨이는 2019년 매출 3조원을 첫 돌파했지만 지난해엔 2조6000억원대(업계 추정)로 내려앉았다. 재무통인 정 대표는 지난해까지 CJ푸드빌을 이끌면서 뚜레쥬르 매각 등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도 급식·외식시장 위축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 대표에겐 악화된 수익성 제고가 급선무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케어푸드·푸드테크 등 사업 다각화에도 애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푸드빌의 베이커리 사업 철수가 현실화되면서, 빕스 중심의 외식사업으로 재도약을 노려야 한다. 푸드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0% 이상 줄어든 6000억원대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이전 카페(투썸플레이스)와 베이커리(뚜레쥬르) 총괄을 맡으면서, 호실적을 거둔 바 있다. 푸드빌 몸집 축소가 기정사실인 만큼, 배달·RMR(레스토랑 간편식) 등 영업망을 다각화해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CJ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 시대에 적극 대비해 글로벌 생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송현석, 노브랜드버거 마케팅 강화 
이마트 계열의 신세계푸드는 2년 만에 송현석(53) 단일 대표 체제로 변화를 꾀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5%가량 줄어든 1조2600억원대(추정치), 영업이익은 70~80% 급감할 전망이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제공=신세계푸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제공=신세계푸드)

송 대표는 2018년 신세계푸드 마케팅 상무로 영입되기 전까지 맥도날드·피자헛·오비맥주 등에서 식음료 마케팅 경력을 쌓아왔다. 주로 소비재 마케팅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노브랜드 버거 등 인지도 높은 외식 브랜드를 중심으로 B2C(기업 대 소비자) 영업력을 크게 키워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 대표는 또, 성장성이 큰 가정간편식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케어푸드를 비롯한 사업 다각화로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