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왕국으로 이끈 ‘삼성’
한국 반도체 왕국으로 이끈 ‘삼성’
  • 용은주기자
  • 승인 2009.06.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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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1983년‘도쿄 선언’…“64K D램 자체 개발 성공”
“삼성은 반도체 산업에 적극 진출할 것입니다” 1983년 2월8일 일본 도쿄. 이병철(1910~1987) 삼성 선대회장은 장고 끝에 ‘반도체’를 입 밖에 냈다.

이른바 ‘도쿄 선언’이다.

당시 이는 절체절명의 용단이었다.

그룹 전체의 일방적인 지원이 반도체로 향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실패할 경우 아물지 못할 상처가 생길 것임은 자명했다.

더구나 일본 등이 D램의 절대강자로 부상하던 시절이었다.

일본의 업체들은 비웃었다.

국내에서도 무모하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그래도 이병철 회장은 밀어붙였다.

1983년 12월1일. “삼성은 64K D램 독자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 1년도 채 못 돼 이 회장은 웃었다.

그 무렵 최강이던 일본 업체들이 64K D램을 개발하는데 걸린 시간은 6년이었다.

단박에 기술 격차가 3년 정도로 줄었다.

피와 눈물의 10개월이었다.

◇이병철의 ‘상식적이지 않은’ 판단 기업가 정신이 아쉬운 시점이다.

누군가가 나서서 ‘상식적이지 않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현상 유지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경험칙은 알리고 있다.

문제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선대회장은 반도체 진출을 놓고 “돈이 보인다”고 했다.

상식적인 사람들에게는 돈이 보이지 않았다.

만류하는 사람은 양반 축에 꼈다.

외국에서도, 국내에서도 대부분 조롱했다.

무모하다고, 망할 것이라고…. 이들의 마음이 돌아서는 데는 10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64K D램 반도체를 독자 개발한 것이다.

이어 1984년 256K D램, 1986년 1M D램, 1988년 4M D램, 1989년 16M D램을 잇따라 내놓았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결국,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해 선진국을 앞지르는 데 성공했다.

선진국들의 콧대를 꺾은 것은 물론 진짜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는 데 걸린 기간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다.

1996년에는 1G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독주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어느덧 반도체의 세대교체는 삼성이 이끌고 있었다.

2001년에는 D램의 용량을 4G로 늘렸고, 2004년에는 60나노 플래시 메모리를 최초로 개발해내고야 말았다.

재계 관계자는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으로 무모한 선택이었다.

그 판단의 근거는 이병철 회장 만이 아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 용단이 결국 한국의 산업 전체를 일으킨 원동력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삼성의 미스터 반도체들 삼성이 반도체로 승승장구하는 사이 경기도 기흥은 ‘상전벽해’가 됐다.

조용한 야산이었던 기흥은 어느새 ‘기흥 밸리’가 됐다.

밤낮으로 피눈물을 흘린 미스터 반도체들이 배후에 있었다.

삼성의 ‘중추’들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반도체의 살아있는 역사다.

64K D램을 생산할 때 공장장이 바로 그다.

256K D램 역시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이 부회장은 항상 이병철 회장의 옆에 있었다.

이병철의, 한국의 ‘꿈’을 현장에서 이뤄냈다.

“반도체로 일본을 꺾어보겠다”며 미국 IBM를 팽개친 진대제 전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일본보다 먼저 64M D램을 개발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진 전 사장의 열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전 사장은 1994년 세계 최초로 256Mb D램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낸드플래시 사업을 확고한 세계 1위로 만들어 놨다.

인텔과 AMD의 노어플래시를 따돌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권오현 현 반도체총괄 사장은 삼성반도체의 미래를 그리는 주역이다.

1997년 이후 시스템 LSI(비메모리반도체)에 주력했다.

사실상 반도체 사업 다각화의 원조인 셈이다.

비메모리반도체 필요성이 대두되는 요즘이다.

권 사장의 용단이 가장 필요한 시기일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기술력, 맹주는 ‘삼성’ 최근 몇 년 간 반도체 업계는 ‘치킨게임’을 벌여왔다.

2006년 하반기부터 제조원가를 밑도는 ‘죽기살기’식 가격 인하 경쟁에 매달렸다.

외국의 많은 업체들이 물량을 쏟아낸 탓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음에도, 반도체 부문은 영업손실 67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전반적으로 저조하다”는 설명이다.

대만의 D램 업체들의 의도적인 ‘삼성 견제’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맹주 자리를 꾸준히 지키리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34.3%의 점유율(아이서플라이)로 이를 증명했다.

앞으로는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압도적인’ 기술력이 가장 큰 이유다.

삼성전자는 3월4일 40나노급 DDR2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경쟁업체 간 기술력 격차는 3년 정도다.

치킨게임이 종료됨과 동시에 지배력은 더욱 커지리란 해석이 타당한 이유다.

이 기술력은 시장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업계는 차세대 제품인 DDR3 D램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50나노급 공정으로 DDR3를 생산 중이다.

외국 경쟁업체들은 이제서야 60나노급 공정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DDR2에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DDR3의 경우 역시 마이크론이 올해 하반기에나 50나노급으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 수혜는 삼성전자의 몫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