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이동 약자를 위한 지도 웹서비스를 선보였다. ‘동행여지도’라고 이름 붙여진 해당 서비스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행정기관과 장애인 시설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지도에는 휠체어길, 버스정류장, 대중 교통시설, 통행이 불편한 계단·막다른 도로 등을 구분해 표시했다.
해당 소식을 접하고 10여년전 어느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유동인구가 많은 그곳은 늘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날 역시 그랬다.
사람들 틈에 섞여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길도 복잡한데, 자리나 차지하고…”
불만 가득한 표정의 A씨의 시선은 휠체어를 타고 있는 B씨를 향해있었다. B씨는 대꾸 없이 앞만 응시했지만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 반면 A씨의 표정은 당당했다.
B씨의 얼굴이 붉어진 이유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려 무안했던 탓인지, 아니면 막말에 화가 난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져야 할 사람은 A씨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가끔 일부 사람들은 잘못을 아주 당당하고 태연하게 한다. A씨가 그랬다. 길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공공재임에도 A씨는 마치 그것이 비장애인의 전유물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도로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표시판이 설치되고, 횡단보도 앞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턱을 없애는 것은 시혜적 차원이 아닌, 장애인들이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A씨는 단지 자신의 두 다리가 멀쩡하다는 이유로 마치 통행허가권이라도 지닌 것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주변의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면서 말이다.
종종 A씨 같은 사람들을 목격하다 보니, 어느 자치구에서 시행 중이라는 ‘동행여지도’ 서비스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특히 지도 제작을 위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서 도로 노면상태 정보를 조사했다는 설명에, 단순히 보여주기식 서비스가 아닌 진심이 담긴 것 같아 안심되기도 했다.
동행. 누군가는 휠체어를 타고 이 지도와 함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과 함께 기분 좋은 동행을 할 것이다. 그리고 부디 A씨도 함께 걷기를 바란다. 일그러진 마음을 펴고, 그저 보행이 어려운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권나연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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