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디즈니 진출 가시화에 복잡한 셈법
이통3사, 디즈니 진출 가시화에 복잡한 셈법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12.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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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 서비스 예고…통신사 협업 가능성↑
SKT, 망 사용료·지상파 관계 등에 제휴 난관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우리나라에 진출한다.(이미지=미국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우리나라에 진출한다.(이미지=미국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글로벌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이동통신업계와의 협업구도에 이목이 쏠린다. 디즈니가 국내서 빠르게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선 단독보다 이동통신사(이통사)와 제휴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디즈니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넷플릭스와 분쟁을 겪는 SK텔레콤은 디즈니와 제휴가 힘들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내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디즈니)는 이달 초 투자자의 날을 열고 ‘내년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를 공식화했다. 이어 최근 루크 강 북아시아 지역총괄대표를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범중화권(중국, 홍콩, 대만), 일본,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사업 등을 담당한다.

업계에선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시장의 진출형태를 확정짓진 않았지만, 넷플릭스처럼 이통사들과 손잡을 것으로 내다본다. N스크린 제공으로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선 이통사들의 IPTV(인터넷방송서비스) 셋톱박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스크린은 TV·PC·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서 넷플릭스는 2016년 PC, 모바일 등과 별도로 케이블TV 딜라이브와 손잡고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2017년 CJ헬로(현 LG헬로비전)와 OTT박스 ‘뷰잉’을 선보였고, 2018년 말 LG유플러스, 올해 8월 KT의 IPTV 셋톱박스를 통해 서비스를 확대했다.

통신업계서도 디즈니플러스 유치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텐츠 수급 면에서 디즈니플러스는 매력적인 파트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마블 시리즈와 스타워즈 등의 콘텐츠로 성인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팬층으로 뒀다. 작년 말 론칭한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7500편 이상의 TV 시리즈와 500편 이상의 영화콘텐츠를 무기로 8600만명의 유료가입자를 유치했다.

물론 이통사 입장에선 외부 OTT와의 제휴가 IPTV 가입자 확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 지난해 IPTV 사업자 중 넷플릭스와 유일하게 제휴를 맺었던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 수는 446만명 수준이다. 1년 전인 2018년 대비 11.9% 상승했지만, 예년보다 증가세는 오히려 줄었다. LG유플러스의 전년대비 IPTV 가입자 증가폭은 2017년 15.8%, 2018년 13.1%를 기록했다. KT는 2017년 9.3%, 2018년 7.9%, 2019년 7.6%이며, SK브로드밴드는 각각 10.1%, 8.2%, 9.8%다. 대신 통신사들은 디즈니플러스에 IPTV 플랫폼의 한 공간을 대여해주고 수익공유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트래픽에 따른 망사용료를 통신사들에게 내진 않지만 IPTV 셋톱박스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만큼 일정부분 수익을 배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SK텔레콤은 디즈니와 협업이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사용료 분쟁, 지상파3사와 합작한 OTT 웨이브 등 난관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당장 밝힐 순 없지만 최근 디즈니를 만나 재밌는 것을 가져왔다”며 외부 OTT와 제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디즈니와 제휴 관련해 “웨이브에 우선 투자하고 K-OTT를 키우고자 노력하겠다”며 “K-OTT가 성장했을 시점에 외국 OTT와 제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3사와 합작해 웨이브를 출범시킨 만큼,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