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24시간 공화국’ 창업시장 변화가 시작됐다
[기고 칼럼] ‘24시간 공화국’ 창업시장 변화가 시작됐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12.16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경현 TAMS 대표
 

해외여행을 가면 이른 시간 문을 닫는 상점들 때문에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11시 즈음 되면 웬만한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고, 새벽 시간대에는 술집 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도 이런 밤거리를 느낄 수 있다. 코로나19로 촉발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음식점들의 강제 오프시간이 9시로 당겨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였다. 특히 번화가를 중심으로 야간과 새벽을 넘어 24시간 풀타임 영업을 하는 상점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렇게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의 수요가 뒤따른다는 방증이다. 24시간 동안 손님들이 계속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어지간한 술집들은 새벽 3시 혹은 5시까지 영업을 하는 것이 미덕이었고, 일반 음식점 중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불경기가 심해지고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점점 밤손님과 새벽손님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가 됐다. 얇고 길게 오는 손님들을 받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한국 창업 시장이 언제부터인지 24시간만 고집할 수는 없게 됐다. 전기세와 인건비를 감당하기엔 모험이 큰 탓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제적으로 음식점을 오픈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코로나 종식 후에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겹쳐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창업 시장에서 꼭 길게 영업하는 것만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19 이후로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줄어드니 가게도 늦게까지 영업을 할 필요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오히려 낮 시간이나 저녁 시간 배달을 강화해 짧고 굵은 영업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해 보인다. 포장도 개시해 홀과 배달, 포장 서비스를 통해 매출 다양화를 일으키는 것도 추천한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이전에도 밤 11시면 가게들이 대게 문을 닫았었다. 11시까지 손님이 몰린 후 그 이후에는 손님이 끊긴다. 당연히 그 이후에 점포를 열어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11시 이후부터 손님이 줄긴 하지만 끊기진 않는다. 매장에 한 테이블 혹은 두 테이블 정도 있는 상태로 새벽 2시 마감시간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한국의 노동 시간은 10시간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비생산적인 굴레를 언젠가는 끊어야 했는데, 코로나 19가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내 매장이 24시간 풀가동을 하며 버틸 수 있는 곳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인건비는 올라가고 임대료 역시 올라가고 있고 코로나는 종식될 기미가 안 보인다. 대안은 근무시간 단축이다. 그리고 근무시간, 영업시간이 단축되기 위해선 한국 내 소비, 더 나아가 생활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바뀌고 있다. 자영업의 불안이 코로나 19로 인해 점점 퍼지고 있지만 이 상황에 맞게 점포 운영을 변화해 가는 이가 코로나 19 이후의 창업시장에서도 생존력이 높아져 갈 것이다.   

단기간 내에 한국인의 생활 패턴이 바뀌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필자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가족의 해체, 혼밥의 증가, 들쭉날쭉한 근무시간, 밤늦도록 이어지는 회식, 그것을 보상받으려는 먹부림과 술부림. 이 모든 사회적 현상들이 먼저 해결되어지길 바라는 것이 맞는 순서일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일찍 집에 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런 삶의 패턴이 사람들에게 유효해 선순환의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길 바라본다. 

/임경현 TAMS 대표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