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 오너가 '밀레니얼' 진격…혁신·성장 이끈다
유통·식품업계 오너가 '밀레니얼' 진격…혁신·성장 이끈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2.1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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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경후, GS 허치홍, BGF 홍정국, 하이트진로 박태영 등 승진
후계자 경영능력 시험대…새 먹거리 찾고 성장주도 책임감 막중
유통·식품업계 오너가 2~4세들이 최근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하며, 경영능력을 본격 발휘하게 됐다. (사진 왼쪽부터) 이경후 CJ ENM 부사장대우, 홍정국 BGF 대표,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 (제공=각 사)
유통·식품업계 오너가 2~4세들이 최근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하며, 경영능력을 본격 발휘하게 됐다. (사진 왼쪽부터) 이경후 CJ ENM 부사장대우, 홍정국 BGF 대표,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 (제공=각 사)

유통·식품업계 오너가(家) 2~4세들은 최근 승진과 함께 경영능력을 본격적으로 검증받게 됐다. 이들 대부분은 80년대 출생의 ‘밀레니얼’ 세대로, 기업 전반에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고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그룹과 GS리테일, BGF, 하이트진로 등 대형 유통·식품기업의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오너가 자제들의 승진이 두드러졌다.

CJ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총 78명의 임원을 승진시킨 가운데, 80년대생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여성 5명 등 총 8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5) CJ ENM 상무가 부사장 대우로 승진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 2017년 11월 상무로 승진한 이후 3년 만이다.  

1985년생인 이경후 부사장은 앞서 2018년 CJ ENM 브랜드 전략 담당으로 발령 받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CJ그룹 핵심의 한 축인 콘텐츠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브랜딩과 마케팅, 경영전략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CJ의 글로벌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한 ‘케이콘(KCON)’의 해외 흥행을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J그룹은 CJ ENM을 2021년까지 매출 11조원대로 키우고,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으로 육성시키겠단 비전을 발표했다. CJ ENM은 지난해 매출 3조8000억여원을 기록했다.

이 부사장은 이번 승진을 계기로 회사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면서 그룹이 추구하는 ‘월드베스트 CJ’에 맞춰 CJ ENM의 도약에 힘을 보태야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에 이어 CJ 미디어사업 전반을 이끄는 차기 적임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감도 커졌다.  

GS리테일 오너 4세인 허치홍(37) 상무는 올 초 상무보에 이어 최근 임원인사에서 승진했다. 1983년생인 허 상무는 허진수 GS칼텍스 의장의 장남이다. 27세에 GS글로벌에 사원으로 입사한 후 지난 2016년 GS리테일로 자리를 옮겨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았다. 

허 상무가 총괄한 신사업추진실은 GS리테일의 전략 파트로서 새 먹거리 발굴과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신사업추진실은 지난 8월 내놓은 유기농 ‘깔라나와인’ 출시를 주도했는데, 미국 1위 유기농 전문 온라인몰 ‘스라이브마켓’이 유통한 상품이다. GS리테일은 앞서 2018년 허 상무 주도로 이 회사에 337억원을 투자했다. 스라이브마켓은 올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허 상무는 이번 인사를 통해 편의점5부문장으로 이동했다. 그간 신사업과 경영전략 등의 경력을 쌓은 후 영업 현장에서도 실무를 익히며 유통 전반에 대한 시각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편의점 CU(씨유) 등 유통채널을 보유한 BGF그룹의 홍정국(38) BGF 대표는 이번 인사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1982년생인 홍 대표는 2013년 BGF리테일 경영혁신실 실장으로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 경영전략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 왔고, 지난해 10월말 BGF그룹 지주 대표 자리에 올랐다. 

홍 대표는 이번 사장 승진을 통해 아버지 홍석조 회장의 그림자에서 확실히 벗어나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 주력인 편의점의 시장지배력 강화는 물론,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 나서야 하는 등 BGF그룹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BGF 관계자는 “홍 대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그룹 전반의 신성장 기반을 발굴·육성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42)과 차남 박재홍(38)도 각각 사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78년생인 박 사장은 지난 2012년 당시 하이트맥주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입사한 이후 같은 해 말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전무)과 2015년 부사장 승진에 이어 5년 만에 사장으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박 사장은 하이트진로 테라 맥주와 진로 소주가 대히트를 칠 수 있도록 영업 전략과 마케팅 부문을 진두지휘하며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강남과 여의도, 홍대 등 수도권 핵심 상권에서 테라와 진로가 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김인규 대표와 투톱 체제에서 자신 있는 영업·마케팅 전반을 총괄하며 하이트진로의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장남인 신유열(34)씨는 최근 일본 롯데 계열사에 입사했고, 농심 신동원 부회장의 장남 신상렬(27)씨는 지난해 농심에 입사해 경영기획팀에서 평사원으로 근무하는 등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젊은 오너가 2~4세들이 임원승진 인사에 대거 포함된 점은 기업의 젊고 혁신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편, 승계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이들은 경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차기 적임자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키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