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넥타이를 찾다가…
[e-런저런] 넥타이를 찾다가…
  • 신아일보
  • 승인 2020.12.15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빨리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재질과 색깔, 패턴, 얼굴과의 조합, 나이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다보니 하루가 다 가도록 결정을 하지 못했다. 결국 넥타이 찾기는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고민을 거듭해 두개의 매장을 후보군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좋아보였던 물건이 두 번째 볼때는 별로라고 느낄 때가 있다. 반대로 처음 볼 때는 별로였는데 다시보니 괜찮다고 느끼는 때도 있다.

이에 두 매장을 왔다갔하며 비교했고 마침내 한 곳을 낙점했다. “이걸로 할게요”하며 점원을 불렀고 계산대에 섰다.

“ㅇㅇㅇ원 결제해 드릴게요”라는 말이 들렸다. 순간 이상하다 느껴 “네?”라고 되물었다. 점원이 기자가 생각한 금액보다 훨씬 적게 불렀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기자가 제품을 보며 가격을 확인할 때 0을 하나 더 붙여서 본 것이었다.

순간 꽤나 괜찮게 보였던 넥타이가 세상 없는 싸구려로 보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보풀도 막 생긴 것 같고 색깔도, 무늬도 촌스러워 보였다. 이에 계산을 멈추고 매장을 나와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같은 제품인데도 가격에 따라 가치를 판이하게 판단한 것에 기자 스스로도 조금 머쓱하긴 했다. 이런 맥락의 잣대는 제품 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소박한 행색의 한 중년이 알고 보니 30억에 가까운 집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를 재평가하는 것도 일례가 될 수 있겠다. 반대로 속 빈 강정의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처럼 수도 없이 가격, 돈으로 일단은 대상의 값어치를 적정하곤 한다. 이는 인간이 갖는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이자 마땅한 행위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최근 정부와 청와대가 주택 문제 해소 방안으로 공공임대 주택을 확산하는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공공임대는 장점도 있지만 날림 시공 의혹, 몇 년 후 분양을 받기 위해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인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낮은 이미지다.

넥타이 사건을 겪으면서 돈에 의해 대상이 평가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하던 찰나, 싼 값의 공공임대 주택 확대 소식을 들으니 참으로 동떨어진 대책이 아닐 수 없다는 것에 고개가 갸웃거려진 것이다.

하향평준화는 누구에게도 발전을 안겨주지 못한다. 실속도 그렇지만 보여지는 것도 적잖게 중요하다. 좋은 것을 좇는 인간의 본성을 막기보다, 좋은 질의 것을 썩 좋은 가격에 얻을 수 있도록 도모하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